국선변호인

국선변호인 선임 요건으로 형사소송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자, 70세 이상 고령자, 농아자,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자 등이 변호사를 선임치 못했을 때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하게 된다. 또 극빈 등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의 청구가 있으면 법원은 국선변호인을 선임한다. 열악한 피고인에게 국비로 변호사를 선임해주는 형사정책이다. 가히 인권보호의 백미라 할 수가 있다.

그러나 국선변호인의 현실은 법정심리의 절차적 요식행위로 충당될 뿐 변론 덕을 보았다는 피고인은 별로 있지 않다. 선임된 국선변호인이 미처 나오지 않으면 다른 사선사건으로 법정에 나온 변호사가 즉석에서 선임되기도 한다. 조서는 고사하고 공소장마저 살펴 볼 틈이 없다. 그저 죄명만 보고 ‘관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틀에 박힌 말만하고 끝낸다. 설령 지정된 국선변호인이 나온다 해도 잘 해야 공소장만 보고 몇마디 반대신문하는 것이 고작이다. 심지어는 피고인이 자신을 위한 국선변호인인 지 뭔지 모르는 경우도 없지 않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 제2분과위원회가 기소돼 재판중인 피고인 뿐만이 아니고 수사기관에 체포되어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들까지 국선변호인 선임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전한다. 참 좋은 말이지만 실질적 효과가 문제다. 피고인 단계에서도 실질 효과가 의문인 마당에 피의자까지 확대한다 해서 더 잘될 것으로 보기는 지극히 어렵다.

국선변호인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은 일부 변호사들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턱없이 낮은 선임료가 더 큰 이유다. 점심값 정도밖에 안되는 선임료로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란 사실상 기대난이다. 개혁은 탁상이론보다는 실제상황을 바탕으로 해야 개혁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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