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한다.’ 헌법은 국무회의의 권한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다음 사항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하여 17개 사항을 열거했다. 국정의 기본계획과 정부의 일반정책, 행정 각 부간의 권한의 획정, 행정 각 부의 중요한 정책의 수립과 조정 등은 그 중 3개 항목이다.
이 정부가 헌법이 정한 국무회의 기능대로 하면 예컨대 건교부가 발표한 김포 신도시계획이 국방부에서 반대하여 축소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국무회의가 정부의 중요정책을 심의하거나 행정 각 부의 정책수립 또는 조정을 하는 자리가 못되고 대통령 말씀 경청 위주의 자리가 되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헌법 조항 어디에도 규정이 없는 비헌법 기구다. 대통령 직속의 무슨 위원회란 것 역시 헌법에 없는 임의 기구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러한 대통령 비서실이나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란 것이 내각위에 군림하는 데 있다. 정부의 ‘숨은 실세는 비서실이고 장관은 얼굴마담’이란 세평이 나 있을 정도다.
이로도 모자라 정책은 막상 위원회란 데서 수립하고 장관은 그저 집행하는 심부름 꾼으로 전락했다. 어느 장관은 “나 역시 위원회의 일개 위원에 불과하다”고 한 것은 시스템 작동의 이상 파열음이다. 정부의 정책이 내각에서 수립되기 보다는 이런 위원회란 데서 수립되는 위원회가 무려 12개에 이른다.
대통령이 헌법기구인 내각보다 비헌법기구인 직속 비서실이나 직속 위원회에 국정의 무게를 더 두는 정부 운영은 분명히 위헌이다. 정부의 시스템 운영에서 변칙이 원칙을 압도하여서는 국정의 효율을 기하기가 어렵다. 국정의 질서 또한 문란하다. 국무회의에서 토의가 활성화하고, 내각에 힘이 실리고, 각부 장관이 정책수립을 주도, 책임을 지는 정부가 돼야 제대로 된 정부라 할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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