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亡兆

신용카드는 신용이 담보다. 신용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 발급되어야 하는 것이 신용카드다. 이러한 신용카드 발급을 길거리에서 미친 이가 떡돌리듯이 해댔다. 오가는 행인들을 붙잡고 신용카드 가입을 통사정하다시피한 카드 노점상이 즐비했던 적이 있다. 이 바람에 무직자도 미성년자도 신용카드 몇개쯤은 지니게 된 신용없는 신용사회가 되고 말았다.

선거선심이, 내수진작의 땜질 처방이 결국은 엄청난 재앙을 가져왔다. 카드빚에 쫓겨 저지르는 범죄 얘기는 이제 새삼스런 세태가 아니다. 카드빚으로 인해 자살자가 속출하고 가정이 깨지는 사례 또한 허다한 세상이 됐다. 신용불량자가 약 400만명에 잠재적 신불자가 300만명에 이른다. 네 집 건너 한 집이 신불자고 세 집 건너 한 집이 잠재적 신불자인 것이다. 카드 남발은 이렇게 해서 내수침체, 성장률 저하, 빈곤층 양산의 악순환을 가져와 전보다 몇배나 더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됐다. 투자가 위축되어 고용이 부진하고, 이러다 보니 소득이 줄어 소비가 감소되는 등 국내 경제의 병리현상이 심각하다. 일자리 창출을 말하지만 투자가 활성화 안 되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가 없다. 이런데도 갖가지 규제로 투자를 저해하는 것이 이 정부의 정책이다.

참으로 두려운 것은 금융불안이다. 경기침체가 이대로 가다보면 언젠가는 가계부채의 둑이 무너지고 만다. 자그마치 260조원에 이른다. 신용카드가 주류인 이 가계부채의 둑이 무너지면 신용카드사만이 망하는 게 아니다. 금융권도 치명타를 입어 금융위기가 닥친다. 국제사회의 신용도는 나락으로 떨어져 수출마저 어렵게 된다.

이러한 잠재적 위기 요인의 신용카드 남발 정책을 쓴 전직 고위직 중엔 지금도 현직에 있는 이가 있다. 실패한 정책에 국민 피해만 있고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말 기가 막히는 세상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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