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단계 보석?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 과정에서 풀려나는 영장 신청단계 보석제를 합의한 것으로 전한다. 이렇게 되면 구속영장 발부 전의 신청단계 보석과 영장 발부 후의 구속적부심이 있게 된다. 이 과정이 불과 며칠 사이다. 영장 신청 단계에서 보석 신청이 기각되어 영장이 발부되고도 며칠 뒤엔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날 수도 있다. 단 며칠 사이에 법원에 의해 이렇게 구속되고 풀려나는 것이 꼭 사안에 큰 변화가 있어서 만은 아니다. 법관의 판단이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으면 불구속 재판을 해야 하는 것이 형사소송의 원칙이다.

그러나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라는 것도 역시 법관의 심증적 판단이다. 법관이 그렇다고 보면 그렇고 그렇지 않다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 유무만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안되고 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 혐의의 응보적 사회정서상 구속영장이 발부되기도 하고 신속한 재판을 고려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대법원이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한 두번 있었던 일이 아니다. 피고인의 인권옹호를 위한 이같은 방침은 무척 좋지만 불구속 피고인이 재판 기일에 출정하지 않아 지연되는 심리로 재판부가 애를 먹는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불구속 재판의 확대가 이루어지지 못한 데는 이런 사회적 책임도 없지 않다.

앞서 말한 구속영장 신청단계의 보석제도 역시 불구속 재판의 확대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좀 이상하다. 구속영장 신청단계일 것 같으면 실질심사가 있을 시기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의 피의자 방어 변론과 영장 신청단계의 보석 신청과는 중복된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실질심사에서의 영장신청 기각과 이 기간의 보석허가는 성격이 다른 점이 없지 않으나 결국 불구속인 점은 동일하다.

이토록 중복되고 번잡성을 갖기 보다는 차라리 영장 실질심사를 더욱 엄격히 하여 구속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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