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심혈관 건강에 좋을지도 모른다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는 1970년대 초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비음주자에 비해 적당히 마신 음주자에게서 우리 몸에 이로운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술이 건강에 대해 갖는 부정적인 측면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린다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1991년 미국 CBS에서 ‘프렌치 패러독스’가 발표되면서 포도주와 건강에 관한 관심이 고조됐다. 즉 ‘프랑스 사람들은 다른 서구인에 비해 동물성 지방섭취도 많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은 반면 심장병에 의한 사망률은 50% 이하로 낮은데 그 원인이 꾸준히 마시는 적포도주에 기인한다’고 하였다.
포도주가 몸의 어느 부분, 어느 질병에 유익한가는 여러 의학잡지에 발표됐는데 대략 생명 연장(노화 방지),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각종 암 억제, 항균 효과, 뇌졸중 감소, 치매·당뇨병·감기 발생 감소, 골다공증 예방 등이다. 가히 ‘건강의 술’이다. 그러나 포도주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에는 항상 전제조건이 따라 붙는다. 적당한 음주는 유익하지만, 과음자는 어김없이 이러한 질환의 위험성이 현저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또 술의 해악에 관한 논문이 유익성에 관한 논문보다 몇 배나 많다.
그런데 사람이 알코올로 목숨을 잃는 것보다 생명을 건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런던 의과대의 연구결과를 인용, 보도했다. 연구진은 알코올 과음으로 한해 1만3천명이 목숨을 잃는 반면 적당량의 알코올 섭취로 생명을 건진 사람은 1만5천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술이 건강과 생명에 이로움을 주는 효험은 연령별로 큰 차이가 난다. 혈기왕성한 20대 때는 남성들에게 술이 독약인 반면 35세부터는 하루 한 두잔씩 적당량을 마시면 보약과 같은 효험을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술로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많다니 애주가들이 좋아하겠지만 보고서는 술로 인해 사망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남성의 경우 1주일에 최대 21잔, 여성은 1주일에 최대 14잔까지로 술을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모름지기 애주가들이 명심할 일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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