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主夫’

극심한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들이 급증하면서 ‘가정 주부(主夫)’가 늘어났다. 하루에 만원 벌고 2만원을 쓰더라도 남자는 아침에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대문 밖을 나서야 한다는 데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 지 참 서글픈 사회 현상이다.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비경제활동인구 중 가사활동을 하는 남자가 12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해 같은 달(6만9천명)에 비해 85.5%나 증가한 수치다. 올 상반기(1~6월) 중 가사활동을 하는 남자는 월 평균 13만4천300명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10만8천500명)보다 23.7% 늘어났다. 가사활동하는 남자는 지난 1월까지만해도 지난 해 같은 달 대비 40.2%의 감소율을 보였지만 2월 4.1%, 3월 116.4%, 4월 112.5%, 5월 95.2% 등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가정 主夫가 늘어나는 원인은 구직을 포기한 채 가사에만 전념하는 남자들이 급증한 탓이다. 명예·조기퇴직이나 직장 휴·폐업 등으로 실업자들이 증가, ‘집안 일 하는 남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에 직장을 잃은 지 1년 미만된 실업자 중 일거리가 없거나 사업경영 악화로 실직한 사람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16.0% 증가했다. 명예·조기퇴직· 정리해고를 당한 사람이 평균 27.2%, 직장 휴·폐업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은 평균 13.4% 증가했다.

반면 가사활동을 하는 여자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6월 500만1천명으로 작년 6월(488만명)보다 2.5%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상반기 가사활동 여성은 509만6천8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512만8천100명보다 0.6% 감소했다.

대부분 남편들이 직장을 잃거나 정년퇴직를 하면 등산이라도 가라고 강제로 내쫓기는 구박(?)을 받는다고 한다. 맞벌이하는 부부라면 몰라도 실업자가 된 남성이 직장에 다니는 아내 대신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모습은 아무리 넓게 생각해도 보기에 딱하다. 남성들이 보무도 당당히 일터로 나가는 날이 빨리 와야 할텐데 이 정부는 도대체 어디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답답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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