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쌈닭으로 가자는 건가

친일 과거사를 둔 정치권의 말 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시행하지도 않은 친일진상규명법을 고쳐 조사대상자를 확대하겠다는 여당의 법 개정 추진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은 부인되기 어렵다.

감히 거역하기가 어려운 명분의 이면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낸 일본군 장교시절을 문제 삼음으로써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폄훼해 보이고자 하는 정략이 전혀 배제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 관점이다. 요즘은 유신정권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것까지 문제 삼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여·야의 공방은 각기 자신들의 몫이긴 하나 여당이 도발적이다. 법 개정 추진에 박 대표가 불쾌한 반응을 보이자 이부영 전 의원이 “박 대표가 원하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은 조사 대상에서 뺄수도 있다”고 한 것은 오히려 박 대표의 심기를 더욱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조사할테면 해보라”는 박 대표의 강경발언에 대응한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의 말은 실로 충격이다. “대통령과 우리 당에 소위 전면전의 기세로 싸움을 걸다가 패가망신한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많다”고 한 것은 가히 협박적이다. 어떤게 전면전의 기세로 싸움을 건 것이고, 패가망신한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누구인지를 묻는다.

‘과거사 규명은 제대로 된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여당 사람들의 말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사 사람은 무작정 민족과 국가를 배신한 것으로 단죄짓는 이분법적 사고는 심히 위험하다. 친일행위를 가리는 것도 일제통치가 어떠 했는가를 알고 말을 해도 해야한다.

어떻든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의 ‘패가망신’발언은 당내 기류를 반영했다고 보아 우려되는 바가 크다. 이래가지고는 상생의 정치는 말 뿐이다. 여·야가 상생의 정치, 민중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 생산적인 정치를 다짐한 지가 바로 얼마 전이다. 상대를 도발적으로 자극하면서 도전은 곧 패가망신이라고 위협하는 언행이 상생의 정치일 수는 없다.

열린우리당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자만해졌다는 말을 듣게 된 지는 알수 없으나 이래서는 안된다. 정국을 주도할 책임이 있는 여당 지도자가 정국을 경색국면으로 몰고 가는 것은 민중의 여망을 외면하는 짓이다. 쌈닭은 아무리 싸움을 잘 해도 언제나 만신창이의 몸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