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 박사의 용기

영국의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62)가 1975년 발표한 ‘블랙홀’ 이론을 우리가 해득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얼마전 국제회의에서 자신의 이론에 오류를 밝히면서 ‘블랙홀’이론을 철회한 천문학 연구의 심오한 내용 역시 알기가 어렵다. 다만 연상되는 것은 질량불변의 법칙이다. 화학변화 전후의 물질은 형태만 달라질 뿐 전질량(全質量)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1774년 프랑스의 라브와지에가 정립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원자핵 반응에서만은 예외로 질량불변의 법칙이 성립되지 않은 사실이다.

호킹 박사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우주 정보는 나오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은 예컨대 아인슈타인의 원자핵 반응처럼 예외로 소멸되는 것으로 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블랙홀’에서 파괴되지 않고 다시 방출된다고 자신의 주장을 뒤엎은 것은 우주에서도 역시 질량불변의 법칙이 작용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을 끄는 건 그같은 우주물리학 학설보다 호킹 박사의 자세다. 존 프레스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를테면 자신의 ‘블랙홀’설을 처음부터 정면으로 반대한 학문의 라이벌이다. 그런 그에게 야구백과사전 ‘토털 베이스’를 사서 주면서 패배를 인정한 것은 연이나 대학자다운 금도다. ‘토털 베이스’는 누구든 자신의 이론이 틀리면 지는 사람이 사주기로 한 29년 전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호킹박사는 손가락만 겨우 움직이는 장애인이지만 참으로 훌륭한 인품을 지닌 세계인이다.

자신의 주장은 어떤 잘못을 지적해도, 또 잘못의 징후를 발견하면서도 결코 굽히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호킹 박사의 용기를 배울 필요가 있다. 사회생활에서도 이런 위인이 있지만 정치 지도자는 더욱 이래서는 안된다. 민중의 해악이 되기 때문이다. 잘못을 지탄받는 사람이나 잘못을 지탄하는 사람이나 모두가 자신의 생각이 정말로 맞는지 항상 되돌아보는 것도 용기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러나 실수보다 더 나쁜 것은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잘못된 오기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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