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제도 폐지’ 환영한다

380여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신불자) 등록제도를 연내에 폐지하겠다는 이헌재 경제 부총리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신불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계획이다. 6월 중 신불자가 4만명 감소했고, 신규 신용불량 증가수도 크게 줄었다는 게 신용불량자 등록제도 폐지 이유다. 신불자 문제가 잘 정리될 것으로 전망하여 나온 방침일 것이다.

30만원 이상의 은행 및 카드대출을 석달 넘게 연체하면 정부와 은행연합회가 일괄 관리해 매달 금융기관에 해당 명단을 통보해 온 현행 신불자 제도는 사회적인 문제가 적지 않았다. 신불자로 등록되면 금융거래가 정지되고 취직 등 각종 사회활동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특히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고금리 사채를 빌려 쓰고 파산했는가 하면,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가족이 집단자살까지 한 사례를 그동안 많이 보아 왔다.

“(정부가 일괄적으로 기준을 정해) 사회적으로 낙인 찍는 제도는 없애야 한다”고 한국능률협회 주최 최고경영자 세미나 기조 연설에서 밝힌 이헌재 부총리의 계획은 그래서 타당하다. 대신 은행들이 자사 책임으로 신용불량 문제를 강력하게 처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신불자 등록제도가 폐지되더라도 은행별로 개별 관리를 계속하기 때문에 정부가 발표하는 신불자 통계만 집계하지 않을 뿐 변하는 것은 거의 없다는 지적은 모르는 얘기다. 금융계 일각에서 “신불자 제도를 폐지하면 돈을 안 갚고도 아무런 탈이 없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것도 잘못이다. 채권채무는 당사자끼리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시장경제다.

차제에 한마음금융이 운영하는 배드뱅크 프로그램 신청 기한을 연장해 준다면 국민경제가 되살아 날 것으로 본다. 8월20일로 마감이 종료되는데도 가입 대상자 111만명 중 32%인 36만명 정도만 신청한 데는 필히 곡절이 있을 것이다. 선납금조차 낼 수 없는 생계형 신불자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배드뱅크 프로그램 가입 시한이 연장되면 원금 상환 마련에 여유가 있어 신불자가 더 많이 감소할 것으로 믿는다. 신용불량자 제도를 연내에 폐지하겠다는 이 부총리의 발언 후속조치에 기대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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