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에서 2003년 발표한 부패인식지수가 한국은 10.0만점 기준으로 4.3점에 그쳐 133개국 가운데 50위에 머물렀다. 2002년에 비해 10위나 떨어졌다. 반부패국민연대에서 2001년과 2002년 2차례 청소년들의 부패 관련 의식을 조사한 결과 ‘뇌물을 써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응답한 학생이 각각 29%와 27.3%와 차지했다.
부패방지위원회에서 실시한 ‘2003년 부패관련 국민인식도 1차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직사회가 거의 또는 별로 부패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21.3%에 불과했다. 통계 숫자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현재 ‘부패공화국’으로 정직이라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와 흡사하다.
정직은 인간생활의 기초다. 기초가 바르지 못하면 쉽게 무너진다. 사상누각은 이와 같다. 끼여들기가 습관화되고 정지선의 양심을 던져 버린 교통문화, 세금을 원칙보다 적게 낸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납세문화, 새치기가 다반사이며 줄을 서는 미덕을 촌스럽다고 인식하는 질서문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아무 곳에서나 취사하는 행락문화, 노력으로 결과를 얻지 않고 부정한 행위를 통하여 올리려는 시험문화, 좋은 재료를 쓰지 않고 이윤을 위해서 질이 나쁜 재료를 사용하는 음식문화, 국민을 위해서라는 미명하에 당리당략·개인명예 만을 도모하는 정치문화 등 등이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든다.
댐은 조그마한 구멍에서 물이 새면서 무너진다. ‘나야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에서 잘못된 일은 파생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정직과 성실을 그대의 빛으로 삼으라. 100권의 책보다 하나의 성실한 마음이 더 큰 힘으로 사랑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바로 서야 우리 가정이 올바로 서고 학교와 직장이 제 자리에 서게 된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거대한 파도가 바윗덩이를 반쪽으로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떨어지는 조그마한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뚫는다. 성경(잠 14:11)에서도 ‘악한 자의 집은 망하겠고 정직한 자의 장막은 흥하리라’하였다. 문제는 정직하게 사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무리들이 있다는 점이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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