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생태계 보전지역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사후 관리규정이 미미한 게 문제다. 현행 자연환경보전법은 생태계보전지역에 대한 사후 관리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없다고 하는 것이 맞다. 생태계 보전지역내에서 발생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한을 할 수 있지만 생태계 보전지역 인근에서 심각한 영향을 주는 행위는 조처할 규정이 없는 것이다.
예컨대 중요 생태계 보전지역의 하나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습지는 최근 인접지역에서 건물 신축공사가 진행되면서 훼손 위기에 처했다. 둔촌동 습지는 지하수가 용출해 형성된 희소성이 매우 큰 자연습지다. 특히 희귀식물 부들, 애기부들, 줄, 골풀, 둑사촌 등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황초롱이, 환경부 보호종 맹꽁이, 서울시 보호종인 꾀꼬리, 박새, 오색딱따구리, 제비, 흰눈썹황금새, 산개구리가 집단 서식하고 있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 보전지역이다.
하지만 습지를 둘러 싸고 있는 야산과 인접한 곳에 건물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덤프 트럭 등 공사차량이 수시로 드나들어 분진과 소음을 일으키고 있다. 습지에서 서식하는 생물종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도 당국은 수수방관하고 있어 생태계 보전지역 지정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최근 경기도가 ‘생태마을 및 생태공원 조성’ 최종 보고회를 갖고 시흥시 장곡동 폐염전 일원, 의왕시 초평동 왕송저수지 일원, 양평군 양수리 일원 등 3곳을 2010년까지 생태공원을 조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 795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또 남양주시 조안면 팔당연대마을, 양평군 단월면 문레울 마을 등 2곳을 2005년까지 생태마을을 만든다. 특히 생태마을에는 반딧불이 서식처, 고로쇠 자생지, 생태 숲, 습지 등을 조성한다고 한다.
생태공원·생태마을지역 주민은 물론 타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자연과 동화할 수 있는 점에서 환영한다. 그러나 둔촌습지를 비롯한 다른 생태계 보존지역처럼 지정·조성만 해놓고 ‘나 몰라라’하는 식의 무책임한 행정을 펴서는 안된다. 지정·조성도 좋지만 사후 발생할 수 있는 사회환경적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는 관리책임을 다해야 함을 미리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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