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개혁, 제도개선이 먼저다

농촌진흥청 조직의 갈등 요인은 인정된다. 연구직과 지도직의 이중계급제, 국가직과 지방직의 이원화조직, 이에 겹친 사(士)와 관(官)의 불균형 등은 문제점이 많다. 단일직급호봉제도입은 설득력이 있다. 불공정 직급체계로 인한 위화감을 시정키 위해서는 격차가 우심한 직급별호봉제를 없애고 열악한 지도직 처우도 개선할 필요는 있다.

물론 연구직 역시 우대되어야 하지만 농진청은 연구진 위주의 다른 기술부처와는 달리 연구직과 지도직의 조화를 요구받는 농진청 조직 특유의 성격이 강하다. 나아가 투명한 직급체계를 위해서는 보직자 공개모집 등도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직제개편의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간부들에 대한 일괄사표로 대대적 변화를 모색하는 농진청의 개혁작업이 제도개선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문제점이 파생된 제도개선 없는 인적 청산만으로는 여전히 문제점을 내포하므로 개혁이랄 수가 없다. 신임 손정수 청장의 인적 청산 구상은 이래서 인사쇄신의 미봉책일 뿐 조직 활성화의 근원적 처방은 못된다.

더욱이 그 방법이 일괄사표인 것은 직업공무원제를 위배했다고 보아 의문이다. 과거 신군부 국보위시절 강요된 사표로 희생된 공무원들이 줄줄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명예회복한 전철을 연상케 한다. 일반 기업체에서도 일괄사표의 요구는 노동권 침해로 인정된다.

하물며 정부 부처인 농진청이 일괄사표를 받는 건 국가공무원법에 비추어 심히 합당치 않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방법이 좋지 않으면 합목적성을 상실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법치사회다.

이러므로 시급한 것이 앞서 밝힌 직제개편의 제도개선이다. 직제개편을 통해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 참다운 인사쇄신이며 또한 개혁이다. 직제 개편이 꼭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설령 어렵다 하여도 필요하면 강력히 추진해야 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다. 국내 농업구조는 가뜩이나 불안하다. 여기에 국내 농업의 미래 창조를 주도하여야 할 농진청 조직마저 불안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신임 청장은 부하된 소임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잘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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