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중국을 바로 알자

산둥성(山東省)은 위도나 기후, 음식 등이 한반도와 비슷한 지역이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화교들의 고향이기도 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뫼(山)와 동녘(東)이 결합된 지명도 퍽 친근하다. 뫼 동쪽에 있는, 또는 동쪽에 뫼가 있는, 뭐 그런 의미도 있을듯 싶다. 하긴 산둥성 한복판 타이안(泰安)이란 곳에 태산이 있으니 허풍만은 아닌듯 싶다. 중국인들은 산둥성을 한 음절로 ‘루(魯)’라고도 부른다. 중국 현대문학을 정립한 루신(魯迅)의 고향이란 뜻에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산둥성은 공자의 고향인 치부(曲阜)가 있는 종향(宗鄕)으로 더 유명하다.

날씨는 무더운데 고리타분하고 졸립게 웬 중국 타령이냐는 짜증 섞인 반문이 되돌아 올 것 같아 본론부터 들어 가겠다. 최근 산둥성 시골 공무원 30여명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수원을 찾았다. 이들은 수원 모 대학 한국어학당에서 1년 동안 한국어를 배울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의 고향인 르자오(日照)시는 시(市)란 명칭만 붙었지, 사실 산둥성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아주 조그마한 시골이다. 산둥성의 도청 소재지격인 지난(濟南)에서도 900㎞ 이상 떨어졌고 요즘 한국 기업과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칭다오(靑島)에서도 승용차로 5시간 이상 걸려야 겨우 도착하는 오지다.

우리 논리대로 하면 정말 ‘별 볼일 없는’ 시골 공무원들인 이들이 대거 한국을 찾은 셈이다.

그냥 무심하게 넘길 일이 절대 아니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지만 중국은 지금 무섭게 질주하고 있고, 어쩌면 조만간 그들은 우리를 훌쩍 추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릴 배우고 분석하고,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우릴 이기기 위해서다.

우리로 치면 서울인 베이징(北京)도 아닌, 국제 도시로 다시 부상한 상하이(上海)도, 그렇다고 세계 최대 철강도시인 하르빈(哈爾濱)도 아닌, 지도에도 나올까 말까 한 시골의 공무원들이 한국을 찾았다는 점은 바로 중국의 현 주소이고 저력이며 힘인 셈이다.

얼마 전 중국 정부는 비공식 발표를 통해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 즉 한반도 남녘이 고대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왜곡된 학설에 동의한다고 표명했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중국은 일본의 독도 영토설에 우리와 함께 규탄했던 나라였다.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고구려 역사가 자신들의 변방사란 ‘둥베이공청(東北工程)’을 공식적으로 들고 나오고 있다. 제대로 시동도 걸리지 않았던 경제에 탄력이 붙었다는 의미일까.

역사의 바늘을 100년 전으로 되돌려 놓으면 중국은 일본 못지 않게 우릴 참 많이 괴롭힌 나라였다. 서구 열강과 함께 호시탐탐 한반도를 노리는 호랑이였던 그들이 1세기동안의 혼돈을 거쳐 다시 우리 앞에 그 적나라한 얼굴을 드러 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는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인구가 5천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정치·경제·문화·역사 등을 연구하는 인력만 100만명을 웃돈다고 한다. 언뜻 “아 그만큼 친한파(親韓派)가 많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절대 오산이다. 이들은 친한파가 아니라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양성하고 있는 일종의 정보원들이다.

기자는 주한 중국대사관에 들렀던 일이 몇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한국 사람들도 아닌 직원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더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며 깜짝 놀라곤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퇴(百戰不退)라고 했다.

중국어 한마디 못해도 한자로 필담을 나누면 걱정 없다는 편견은 어떤가.

어릴 적 독립군을 따라 다녔다는 어느 촌로의 말씀이 새삼스럽다.

“중국은 늘 경계하고 언젠가는 극복해야 할 오랑캐일뿐이야. 지금은 이 빠진 호랑이지만…”

/허행윤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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