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최영의는 제2의 역도산이다. 같은 재일교포인 역도산이 일본 패전후 1950년대 일본 사회를 풍미한 프로레슬링의 영웅이었던 데 비해 최영의는 1960년대 카라데의 영웅이었다. 최영의 카라데는 진성 카라데로 발전했다. 규칙을 배제한 채 진성 승부를 가리는 것으로 맨몸이면 상대가 복싱·유도·레슬링 등 무엇을 하는 선수든 항복할 때까지 싸웠다.
격투기의 진짜 챔피언을 가린다는 것이 최영의가 가진 무술인의 신념이었다. 세계 도처의 유명 선수와 진성격투를 벌여 연파한 그는 나중엔 맹수류 동물과도 싸움을 가져 투우를 카라데로 때려 죽이기도 했다. 이종(異種)격투기 바람이 불고 있다. 1990년대 미국 등지서 시작된 이종격투기 또한 상대가 항복할 때까지 싸우기는 마찬가지다. 이것이 마침내 국내에까지 들어와 얼마전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110만원짜리 VIP석이 매진된 가운데 1만3천여 관중이 운집하는 성황을 이룬 것 같다. 진정한 강자를 가리는 규제 철폐의 오픈이 대중을 열광케 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날 가진 이종격투기는 복싱·카라데 등 선채로 주먹과 발을 사용하는 입식 타격의 K-I형이다. 유도·레슬링까지 포함하는 MC형 이종격투기가 또 있다. 최영의의 진성격투기가 K-I형+MC형+기타이었던 것에 비하면 잠실체육관에서 있었던 이종격투기는 덜 격렬하다 할수 있으나 역시 잔인하다.
고대 올림픽경기에서 복싱은 주먹에 천을 감은채 상대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할 때까지 싸웠다. 로마 광장에서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검투사의 결투를 연상케 한다.
진성격투기가 각광받던 1960년대의 일본 사회는 혼란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다. 국내 사회에서 이종격투기 흥행이 외국에서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대박이 되는 대중 취향이 놀랍다. 스포츠이기 보다는 피투성이 결투에 속하는 것을 즐기는 건 사회병리 현상을 드러내는 일종의 대리만족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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