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가 고리사채업자인가

삼성, 현대, 엘지 등 6개 전업 카드사와 국민, 우리, 외환 등 3개 은행계 카드사 중 비씨카드(연 29.58%)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최고 수수료가 연 30%를 넘어섰다. 특히 현대, 삼성, 외환, 엘지의 현금서비스 최고 수수료는 각각 연 31.67%, 31.58%, 31.10%로 은행계 카드사(30.27 ~ 31.05%)보다 높다. 현금서비스로 100만원을 빌리면 최소 연 30만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고리대금업이 따로 없다.

실정이 이런 데도 신용카드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시장 원리에 따라 아직 더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최근 감사원 특감을 통해 명백히 드러났듯이 부실 경영의 손실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다.

지금 카드시장은 5년 전에 비해 5배나 커졌다. 가맹점 수가 늘면 원가는 낮아지는 것이 이치다. 원가상승으로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카드사의 주장은 그들의 경영 부실을 죄 없는 영세상인이나 서민에게 전가시키자는 의도다.

예컨대 10개 카드사가 요식업·숙박업·소매업 등 조직적 저항이 약한 분야부터 점진적으로 그리고 약자에게는 많게, 강자에게는 적게 인상을 시작한 점이다.

가맹점 공동이용제라는 것이 있어 수수료가 비싼 카드사와 거래를 끊으면 다른 카드 거래도 자동 단절되기 때문에 가맹점은 카드사 선택권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가맹점들은 수수료 인상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일반 가입자들도 매 한가지로 겪는 일이다. 더구나 신용상태가 나쁜 사람에게 고율의 수수료를 적용함으로써 오히려 부실을 증가시키는 역작용까지 낳고 있는 실정이다.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의 과다 인상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카드사의 경영 부실을 소비자 부담으로 털어 내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 원가 상승 요인은 피나는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로 해결하고 그동안의 부실은 경영주체 자신의 재산으로 정리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신용카드사들은 고리대금업체라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낮추는 등 경영방침을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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