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당

“나는 얼굴에 분을 칠하고 / 삼단같이 머리를 따아 내린 사나이 / 초립에 쾌자를 걸친 조라치들이 / 날나리를 부는 저녁이면 / 다홍치마를 두르고 나는 향단이가 된다 ./ 이리하여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어 / 람프 불을 돋운 포장 속에선 / 내 남성(男聲)이 십분 굴욕되다. / 산 넘어 지나온 저 동리엔 / 은반지를 사 주고 싶은 / 고운 처녀도 있었건만 / 다음 날이면 떠남을 짓는 / 처녀야 / 나는 집시의 피였다. / 내일은 또 어느 동리를 들어간다냐. / 우리들의 도구를 실은 / 노새의 뒤를 따라 / 산딸기의 이슬을 털며 / 길에 오르는 새벽은 / 구경꾼을 모으는 날나리 소리처럼 / 슬픔과 기쁨이 섞여 핀다.”

‘사슴’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긴 노천명(盧天命·1913~1957)의 詩 ‘남사당(男寺黨)’이다. ‘사당(寺黨)’은 패를 지어 이곳 저곳 다니면서 노래와 춤을 파는 여자이고, 남사당은 사당 복색을 하고 돌아다니면서 노래와 춤을 팔고 사는 남자다.

남사당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예술로써 안성(安城)남사당패가 예로부터 유명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에는 수 많은 농악과 풍물단이 있다. 그러나 전통있는 풍물을 시립화(市立化)해 계승·발전시키고 문화관광상품으로 육성시켜 나가는 지자체는 안성시가 유일하다.

그런데 오는 13일부터 그리스에서 개최되는 제28회 올림픽 문화행사에서 ‘안성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이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공연을 펼친다는 소식이다. 문화관광부가 우리나라 대표적 문화예술 공연팀으로 안성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을 추천한 것이다.

안성 남사당풍물단은 지난 해도 터키 수도 앙카라를 비롯 이스탄불과 부르사에서 13회나 해외 공연을 펼쳐 이미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바우덕이풍물단은 아테네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오므니와 광장과 거리에서 매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줄타기 등 남사당놀이 여섯 마당을 15차례 펼친다. 전통 연희의 해학과 서민적인 작품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노천명의 시 ‘남사당’이 그 나라 말로 낭송된다면 금상첨화이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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