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통되는 외국화폐가 그동안은 주로 미국 ‘달러’였지만 지금은 개방화·국제화시대여서 유럽의 ‘유로화’, 중국의 ‘위안화’ 등이 다량 사용되는 다국적화가 됐다. 문제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외국 위조지폐가 부쩍 증가하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달 28일 제주도에서 외국인 3명이 위폐 1만5천400유로(2천200만원 상당)를 우리 돈으로 환전한 뒤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환전된 유로화는 100유로(약 14만4천원)권 154장으로 위조 유로화가 국내에서 대량으로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위조 유로화가 대량으로 나도는 것은 사실상 예고된 사건이다.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위폐 감별 능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은행이나 환전소들은 달러화 위폐 감식기는 보유하고 있으나 기타 위폐 감식기는 없는 실정이다. 외환전문은행인 외환은행조차 340여개 점포 가운데 50여 곳에만 기타 통화 위폐 감식기를 설치한 정도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제주도에는 일부 은행지점만 위조된 기타 통화를 구분할 수 있는 감별기를 설치했을 뿐이다.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지난 해 국내에서 발견된 외국 위조지폐는 모두 544장으로 2002년(288장)에 비해 90.2%나 늘어났다. 이 중 위조 달러화가 413장으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기타 위조 외화’도 131장에 달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위폐가 발견될 경우 대외 신인도 추락을 우려한 은행들이 대부분 위폐 발견 사실을 숨기고 있는 점이다. 때문에 실제로는 100만~200만 달러 규모의 위폐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최근 들어 종이의 조직과 무게, 색조마저 진짜 지폐와 구분이 가지 않는 위폐가 등장하는 등 전문 위폐범들의 위조지폐 제작 기술이 날로 발전하여 외화 위폐에 눈 뜨고 당하고 있는 격이다. 이런데도 우리나라에 비(非)달러 통화를 감식할 수 있는 감식전문가는 외환은행 위폐감별팀 3명이 전부인 실정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조차 감식 전문가가 없다.
국제화·개방화시대에 한국은행이 배포한 ‘외국화폐 견본’을 보고 육안으로 비교하는 원시적 위폐 식별작업을 하고 있으니 말이 아니다. 대책 마련이 매우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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