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부동산 하락에 따른 대출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 돈줄 죄기에 나서 서민과 중소기업들의 고충이 더욱 심각해졌다. 더구나 대출 만기가 돌아 온 경우 원금을 전부 갚거나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도 10% 상환 또는 추가 담보, 가산금리를 요구하고 있어 타격이 극심하다.
최근 은행권 집계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의 25%를 차지하는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이 올 상반기에 경매로 넘어간 것이 5만여 건에 이른다. 올 들어 지난 1 ~ 3월까지 개인 파산 신청도 1천80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84건보다 163.5%가 늘어났다.
특히 은행들은 가계대출에 대한 지점장 전결한도를 축소하고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차 확대 등으로 가계대출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은 돌려 막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할 수 없이 사채시장을 찾게 되면서 결국 파산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가계의 자산과 부채, 저축률, 실업률 등을 토대로 한 가계부실지수는 올 1·4분기의 경우 127.9%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에는 123.55%였다.
지난 3월말 현재 가계금융부채 잔액은 535조5천억원으로 연간 이자 부담액은 33조1천억원에 이른다.
특히 2001년부터 3년 동안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 180조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97조원이 주택구입용 대출이었다. 따라서 지난 6월 말 현재 161조4천31억원에 이르는 주택담보 대출의 만기가 올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돌아 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의 위험은 더욱 심해질 게 불을 보듯 자명하다.
사정이 이러한 데 원금 상환이나 추가담보 제출, 가산금리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서민들이나 중소기업들을 낭떠러지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다. 또 금융기관의 극단적인 반응으로 가계나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신용평가를 받지 못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은행들은 여신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지만, 서민들이나 중소기업의 경제난을 참작하는 가운데 정밀한 신용평가를 통해 옥석을 가리는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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