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참 더웠다. 예년보다 기온이 더 올라간 탓도 있지만 몸으로 느끼는 혹서가 정말 짜증스럴 정도였다. 마음이 피곤하였기 때문이다. 신명나는 일이 있으면 체감 더위가 좀 심해도 마음은 덜 할 터인데 뭐 하나 보는 것, 들리는 게 거의가 짜증나는 것 뿐이니 심신이 피곤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더위도 한 풀 꺾였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 자연의 조화다. 예컨대 동해의 해수욕장도 8월15일까지는 한창이다. 그러나 단 하루 상관이지만 16일부터는 아니다. 조류의 변화로 그만 물이 차가운 게 오래 버티기가 버거운 것이 해마다 똑 같다. 오는 23일 처서(處暑)를 고비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 비도 알맞게 내리고 삼복 더위가 찌는 듯 했으며 몇번에 걸친 태풍도 간접 영향권으로 비껴가곤 하였다. 농사란 곡식을 가마니에 담아야 마음을 놓는다고 하나 가을 들녘이 풍요로울 것 같다. 쌀이 남아도니 어쩌니 해도 농사는 풍년이 들고 봐야 한다.
비록 더위의 기세가 꺾였다 하여도 잔서(殘暑)란 게 있다. 오곡백과를 마지막으로 영글게 하는 것이 늦더위다. 늦더위 역시 땀을 흘리게 하긴 하지만 그래도 견딜만한 게 여름철 더위같진 않다.
휴가를 아껴 한 여름 혹서를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비지땀으로 치른 사람들은 이제부터 휴가를 제대로 즐기기가 딱 알맞은 계절이 된다. 더위는 가지만 짜증난 일들이 있기는 여전할 것 같다. 국제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경제는 거의 빈사상태에 빠지고 정치권은 헛소리만이 무성하다. 사회는 패거리 작당의 풍조속에서 살인마가 설쳐 댈 정도로 사회병리현상이 위기 수준이다.
세상은 험해도 민초들은 먹고살기 위해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생겨 민초들 가슴을 짓누를진 모르지만 그래도 살기위해선 발버둥 쳐야 한다. 더위는 가도 민중의 마음은 여전이 무겁기만 하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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