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선불(先拂)

선물을 선불(先拂)이라 잘못 찍었다

문득 낯선 이 한마디

앞을 막으며 다가선다

예정도 없이 등 떠밀려

백지 한 장 받아들고 온

세상, 일방통행의 이 길

햇빛 바람 풀꽃들 이 모든 것

선물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예까지 온걸 보면

누군가에게 낙점 되어

선불된 길 아니었을까

엉겅퀴 달개비 개망초 쑥부쟁이

웃자란 잡초까지 따뜻한 이웃 모두

손잡아 함께 가고 싶었는데

내가 누구에게 누가 나에게

선물이 되며 가고 싶은 세상길인데

손잡고 싶은 이들은

저만치 먼 곳에 있다

전생 누군가의 오타였을까

누가 나의 生을 선불한 걸까

탁 탁 탁, 순백의 종이 위에

이제라도 잘못 찍어선 안될

나의 삶을 기록한다

김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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