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고구려 역사왜곡의 비애

손학규 경기지사가 지난 16일 부랴부랴 경기도내에 있는 60여개의 고구려 문화유적에 대한 재조명과 보전책을 지시했다.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 논란이 한창 가열되고 있는 마당에 이루어진 이같은 조치는 때늦은 감이 있으나 그래도 과즉물탄개(過卽勿憚改·잘못을 하면 곧 고친다)의 자세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 문제를 놓고 대처방법이 미흡하니, 현장방문을 따로하니,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언급이 없었니, 중국에 항의를 하니 등 옥신각신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갖고 있는 것만이라도 재조명하고 지켜보겠다는 손 지사의 의지는 그나마 가시적인 대책이라는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의 실태를 바라볼 때 참담함을 버릴 수는 없다.

최근에 이 문제를 다룬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지켜보자니 중국은 마치 고구려의 역사 왜곡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를 해 온듯 관련자료가 빼곡하게 수집된 반면 우리네 자료는 그저 역사학자들이 근근이 모아온 장서와 일부 도서관에 ‘고구려’라는 이름이 삽입된 고전 몇가지가 전부라는데서 과연 우리에게 역사의식이 있는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외국 학생들의 교과서에 한국의 역사와 소개내용이 왜곡돼 기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권하에서 이와 관련된 수정노력이 극히 미비했고 현 정권하에서도 이를 바로잡기위해 정신문화연구원에 조사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구성원이 모두 임시직(상황에 따라 정부의 예산지원이 들쭉날쭉해 정규직 고용이 어렵다고 함)으로 구성돼 장기적인 조사 및 수정작업이 어렵다는 소식은 과연 이 나라 지도자들의 역사인식은 무엇인지 비애감마저 인다.

이러면서 세간에는 고조선의 역사까지 왜곡될 것이라는 뜬금없는 소문까지 나돈다. 고조선의 역사자료와 관련, 한국정부가 소장한 것은 50년분이요, 북한은 150년, 중국은 500년 분이라는 것이다. 즉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고구려에 이어 고조선 역사까지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이같은 역사왜곡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님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일본과의 독도분쟁 및 동해 표기 등도 그렇고, 미국의 일부 교과서에 기술돼 있다는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를 통해 근대화를 이루었다’는 부분도 그렇다. 또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한국을 농업국이자 주 생산품이 흑백TV라고 기술하고 있다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답답한 노릇이다.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보여주기식 중국대사관을 통한 항의와 문제의식에 대한 논쟁만을 벌일뿐 정확하고 장기적인 개선·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본은 패전이후, 자신들의 역사가 외국에 제대로 알려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보완·개선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고 한다. 비록 ‘먼나라, 가까운 이웃’이지만 배워야 한다.

경기도도 이 기회에 시대상황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역사 재조명이 아니라 어느 누가 도지사가 되든 우리가 갖고 있는 역사만큼은 영원히 후손들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백년대계(百年大計)아니, 이 나라가 존재하는 한 영원대계(永遠大計)로 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늦었다고 깨우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는 격언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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