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에 오른다. 한 낮의 찜통 더위를 피해 아침녘에 출발한다. 솔 잎 사이사이를 뚫고 비치는 아침 햇살이 숲 속의 조명처럼 번진다. 수 많은 등산객들이 지나다닌 길이라 등산로 대부분이 빤빤하다.
광교산은 수원시와 의왕시, 용인시 등과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서, 수원에는 북쪽에서 부는 찬 바람을 막아주며 수원시를 감싸 안고 있는 수원의 주산(主山)이다. 이런 광교산과 관련된 유래와 고마움을 생각하며 능선의 등산로를 조금 걷다 보니, 숲 속 모든 자연의 소리를 뒤덮는 쇳소리가 별안간 귓전을 때린다.
이 굉음의 진원을 따져보니 광교산 남단을 가로지르는 신갈-안산간 고속도로 질주 차량의 소음이다. 이 고통스런 등산길 소음은 한참동안이나 내 머리속을 멍하게 만들었다.
주말이면 수원시민 뿐아니라 많은 경기 남부권 시민들이 광교산을 즐겨 찾는다. 가까운 곳에 별다른 녹색의 휴식 공간을 갖지 못한 시민들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옴살스런 휴식처가 심각한 중병에 빠져 있다. 형제봉 정상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는 광교산에 대한 감회가 몹시 서글프다. 수원 방향은 저 멀리 광교 저수지 아래까지 녹지가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는 반면, 용인 방향은 골짜기 마다 빼곡이 채워져 올라오는 아파트 숲과 제법 규모가 큰 음식점들이 보는 이의 숨을 탁 막는다.
광교산의 3분의 1이상이 벌써 절단났다. 용인서북부 지역 상현·성복·신봉·수지·동천지구 등 광교산 동쪽 밑자락은 중턱까지 빼곡한 아파트 숲이다. 그런데도 최근 광교산 더 안 쪽으로 신봉지구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이 삽질을 준비 중이란다.
또한 광교산 동남쪽 위치의 이의동 개발 계획이 마지막 조율중이다.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도 이의동 개발시 광교산 녹지축만은 절대 보존하라는 전제가 있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조화를 꾀하게 될는지 적이 걱정이다.
여기에 광교산 동쪽 중턱 전체를 치고 나갈 영덕~양재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이 그 노선안을 확정하고 올해 안에 착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원 계획 노선은 광교산 중턱까지 그렇게 많이 훼손하지 않았는데 힘 깨나 있는 기관들과 각계 이해집단의 압력에 밀려 아무 말없는 광교산만 더욱 절단나는 꼴이다. 이 고속도로는 용인 수지에서 판교까지의 신도시, 그리고 화성 동탄 신도시 건설 등에 따른 경기 남북축 교통난 해소 차원에서 계획되었다.
그러나 한편 이 고속도로는 현재 교통 한계 상황으로 인해 그나마 더 이상의 개발이 억제 되었던 광교산 동측의 용인 신봉지구, 수지지구, 동천지구 등에 대규모 택지개발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악순환의 연속이라 아니할 수 없다.
몇 해전 광교산 생태계 조사에 나선 적이 있다. 애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종의 희귀 동식물들과 보호종 들이 발견되었다.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 소쩍새, 원앙새 등의 조류와 호랑버들, 가는 장구채, 노랑갈퀴 등 6종의 특산 물종들과 산림청 지정 희귀 식물인 낙지다리도 확인되었다.
광교산은 말이 없다. 아니 저 깊은 바닥 밑으로 무거운 신음을 토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광교산 능선길에서 오늘 나는 그 소리없는 아우성을 듣는다. 광교산을 살려내자.
/염태영
수원환경운동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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