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아침/維新과 참여정부

요즈음 세상은 살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국민의 70%가 희망 없이 산다고도 답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돈 많은 사람들은 외국으로 골프 여행을 떠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금년 6월말까지 외국으로 골프를 즐기러 떠난 사람은 5만8천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3천328명에 비해 22.5% 늘어 났고 2001년 같은 기간 2만4천384명에 비해 117.3%가 늘어난 수치다.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몇만원짜리 일감을 얻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현장을 본 어느 정치 지도자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던 참상이라고 실토한 바 있다.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한폭의 신파극과도 같은 것이 우리 삶의 현주소인 것 같다.

참여정부는 소득의 재분배로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다짐한 지 1년반 만인 지금 90여만명에 이르는 청년실업자, 450여만명의 극빈자, 400여만명이나 되는 신용불량자, 또한 그 비슷한 수치의 신불예상자 등 전체인구의 4분의1 이상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 속에서 일터를 달라, 빵을 달라고 외치고 있다.

이러함에도 정부는 개혁이라는 틀속에서 의문사진상규명, 과거사진상규명, 수도이전 등 국민생활과 먼 현안만을 앞세우고 국민의 애달픈 외침을 외면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과거사의 진상을 규명한다면 우리 국민이 참담하게 겪었던 6·25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여론 속에서 이에 자유로울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를 놓고 국민의 감정과 정서는 갈기 갈기 찢겨져 나가고 있다. 더욱이 부(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최근 한 컨설팅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反)기업정서, 즉 기업가들을 죄인시하고 부를 부정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부자는 떳떳지 못한 방법과 수단으로 돈을 모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기업인은 돈을 버는 것을 죄악시해서는 선진국 진입과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은 부질없는 꿈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은 기업투자를 가로 막는 요인이라고 했다. 더욱이 연봉 5천만원 이상의 고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투쟁은 외국 기업인의 투자마저 가로 막고 있다고도 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재분배 운운은 더욱 난센스라고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정책이 끝없이 불확실하고 자유시장 경제 원칙을 외면한 통제 경제로 각종 규제는 국가 경제성마저 혼돈케 하고 이로 인해 중산층은 무너지고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간의 양극화 현상의 심화는 상대성 빈곤이라는 사회문제로 나타나 공권력마저 침해 당하고 있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했던가. 그러나 자랑거리는 더욱 못된다. 졸부의 만용은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규탄과 규제의 대상임에는 틀림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일제 36년간의 식민지로의 학정, 감격의 8·15, 6·25의 쓰라린 피란 길, 1·4 후퇴의 혹한 등 굴절과 격동의 역사 속에서 부를 얼마나 갈망했던가.

포항 앞바다의 기적, 울산 앞바다의 기인 정주영의 신화, 구포·구미지구의 희망, 경부고속도로의 태동 등은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에서 잘 사는 나라로 뛰어 오르게 한 모태요, 오늘을 살게 한 에너지가 아니던가. 맵고 치열함을 온몸으로 극복할 수가 있었기에 세계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고도의 산업화를 달성한 나라의 효시로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한 시대를 가리켜 유신독재시대라고들 한다. 그러나 그때의 유신과 독재라는 역사적인 몸부림은 우리 국민에게 가난과 무지의 멍에를 벗겨준 산업화·근대화라는 산고의 산물이었다고 함은 역사의 뒤안길에 가려져 공과(功過) 모두를 까마득히 잊고 파란만장 했던 이 한 시대의 역사가 국민과 역사의 심판대에 또 다시 오르고 있다.

인생은 무상하다고들 한다. 정치도 무상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역사마저도 무상한 것인가. 그 시대를 음미하며 살아 온 산증인인 필자는 격세지감과 향수마저 느끼게 한다.

/안순록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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