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 등장하는 출중한 리더인 유비·조조·손권은 각기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지녔다. 유비는 알려진 대로 무한한 배려를 바탕에 둔 온정주의자였고, 조조는 능력을 위주로 한 엄격한 선별주의자였다.
손권은 “장점은 높이 평가하고 단점은 눈감아 준다”는 인물이었다. 유비의 리더십은 주변 사람의 힘을 곧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유비는 병법에 약하고 정치 수완도 없었지만 역사에 남는 리더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비의 리더십은 기강이 쉽게 해이해 질 수도 있는 단점을 지녔다. 결국 유비의 촉나라는 유비가 죽은 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조조의 리더십은 승률이 높았다. 조조는 싸움에서 80% 정도의 승률을 올렸다. 유비의 승률이 20% 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조조의 엄격한 리더십은 불필요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반발을 사지 않았다 하더라도 진심어린 충성보다는 두려움에 의한 충성인 때가 많았다.
조조의 위나라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손권의 오나라는 오랫동안 건재했다. 장점을 인정하면서 단점을 가혹하게 질타하지 않은 손권의 리더십은 인재들을 끌어 모았고 내부 반발을 잠재울 수 있었다.
순자(荀子)는 리더십 여섯가지를 이렇게 정해 놨다.
▲명령이나 포고를 할 때는 권위있고 엄격하게 하라 ▲상벌을 시행할 때는 신념을 가지고 하라 ▲진지와 창고는 견고하게 만들어라 ▲부대를 이동할 때는 신중하게 생각하되 실행은 빠르게 하라 ▲적국의 동태변화를 언제나 주시하라 ▲확실한 계책이 아니면 실행하지 말라.
순자는 리더 스타일에 따라 중간관리자의 마음가짐도 달라져야 한다고 가르쳤다. 우선 자신의 리더가 이상적인 리더라는 판단이 서면 혼자서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말고 독단적인 상벌도 하지 말고 잠자코 있어야 한다.
만약 리더가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라면 옳고 그름을 정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고, 리더가 폭군형이면 사나운 말을 다루듯 장점만 보도록 노력하고 단점은 덮어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가르쳤다. 여러 스타일의 리더를 이겨내야만 자신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십팔사략(十八史?)’은 명언이 많은 저술이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개천을 막는 것 보다 어렵다”는 말도 십팔사략에서 유래됐다. 이 십팔사기에는 항우와 유방에 대해 거론하는 부분이 많다. 너무나 다른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의 대결은 결국 유방의 승리로 끝났다. 유방은 자신의 승리비결을 이렇게 이야기 했다.
“나는 전략에 있어서는 장량만 못하고, 내정에 있어서는 소하에 못미치고, 전쟁에서는 한신을 따라가지 못하오. 그러나 나는 이같은 인재를 다스리는 능력은 가지고 있었소. 하지만 항우는 곁에 있는 인재 범증 하나도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에 패한 것이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봤자 들은 척도 하지 않겠지만 , 그러나 우리의 현실과 유사란 점이 많아 2000년 전 고사(故事)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상징적인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정치는 ‘필세이후인(必世而後仁)’이라고 하였다. 한 세대 30년이 지나야 비로소 인(仁)의 정치가 실현되고 치적이 쌓인다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어느 정치가가 다음 세대에 인정받기 위해 오늘을 양보하겠는가. 오늘 날 한국 정치판은 30년은 커녕 1년 후도 내다보지 못하고 오히려 과거로 후퇴하고 있다. 친일·친북 행적 캐내는 데만 혈안이 돼 미쳐 날 뛰고 있다. 정말 희극이 따로 없다!
/임 병 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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