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분뇨 처리 시설에서 생산된 액체비료(액비)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 예산만 지원하고 나면 사후 관리에 무감각한 우리 농정의 실상과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탁상행정의 한 사례다. 탁상행정 탓으로 많은 논밭과 농작물에 중금속 비료가 뿌려졌으니 실로 난감하다.
액비는 돼지, 한우, 젖소, 닭 등 가축물의 분뇨를 6개월 정도 부숙(腐熟)시켜 발생하는 액체를 비료로 만든 것이다. 농림부가 친환경 농업정책의 일환으로 2001년부터 3년간 국고보조금 93억5천만원, 지방비 155억원, 농민부담금 62억원 등 310억여원을 들여 추진해온 액비사업은 아무 곳에나 버려지던 축산분뇨를 자원화함으로써 땅심을 높이고 축산분뇨 이용가치도 극대화하자는 취지였다.
액비저장소 한 개의 저장량은 약 200t으로 지난해말 현재 전국에 설치된 1천463곳을 기준으로 통상 6개월 동안 숙성시키는 점을 감안하면 1년에 최대 60여만t의 액비가 생산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액비는 농지에 뿌려지기 전 반드시 지방자치단체 농업기술센터가 발급하는 액비시비시방서에 의해 살포 또는 폐기 여부가 결정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사전 성분 분석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 이같은 규정이 거의 지켜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립농업과학기술원이 감사원의 의뢰를 받아 전국1천 463곳의 액비저장소 중 1.77%에 불과한 26곳을 대상으로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만으로도 현행 비료관리법상 규정된 비료공정 규격을 넘어선 중금속이 구리의 경우 8곳에서 최대 3.5배까지 기준치(30㎎/㎏ 이하)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연은 모두 4곳서 최대 3배까지 기준치(90㎎/㎏ 이하)를 넘어섰다. 전국의 저장소를 모두 조사하면 더욱 심할 것이다.
실정이 이런 데도 농림부는 원인규명은 커녕 유해성 비료가 사용된 지역의 토양과 농작물의 장·단기적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구리와 아연은 ‘미량물질’로 분류돼 어는 정도는 농작물 생육에 필수적이지만 과다공급됐을 경우에는 토양을 오염시키고 농작물에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 액비사업 계속 추진 여부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유해성분 원인을 속히 조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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