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돈식 세종대 석좌교수는 문민 정부에서 정무·공보 수석비서관과 문화체육부·정무장관을 지낸 사람이다. 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우리도 좋은 대통령을 갖고 싶다’에서 우리 현대사 역대 최고 지도자 9명을 얘기했다.
故 이승만 대통령은 “ 독재자로 낙인 찍혀 망명지에서 타계함으로써 훗날 국민이 대통령을 얕잡아보는 선례를 남겼다”고 했고, 故 박정희 대통령은 “3선까지만 했어도 좋았을 것을, 부인(육영수 여사)을 잃으면서 도덕적으로 더욱 타락해 갔다”고 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환란위기를 조기에 극복해 국제 신인도를 높였지만, 국가정보원·검찰 등 사정기관이 직·간접적으로 부정·은폐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과거 정권과 다른 부정부패 양상을 보였다고 평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은 ‘007수법 대북 상납으로 가능했다’고 썼다.
“국제역학에는 정통했으나 등잔 밑은 못 본 정치 야맹증 노인(이승만)”, “‘타협은 없다’며 고군분투하다 지는 별이 된 강경 영국투사(윤보선)”, “좋은 옷 입고 먼 이상을 향해 걷다가 시궁창에 빠진 신사(장면)”, “소떼를 빨리 몰고 가려고 쌍권총에 채찍까지 든 카우보이(박정희)”, “취임과 동시에 사임을 생각해야 했던 주막거리 무의탁 노인(최규하)”, “‘집 없는 이가 빈집 차지할 권리가 있다’며 정권을 빼앗은 돌진형(전두환)”, “행운으로 홀인원을 했으나 허리를 삐고 만사 무위가 된 골퍼(노태우)”, “세상 변화에 어둡고 균형감각을 갖추지 못했던 잠수함 선장(김영삼)”, “아들과 이웃 건달에게 뒷문으로 재산 털린 후회 많은 노인(김대중)”이라는 촌평이 그럴 듯 하다.
“대통령과 정치 수준은 그 국민의 수준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주돈식 교수의 말은 옳다. 권력자와의 비굴한 타협이 상식으로 통하는 한 제왕적 대통령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촌평은 임기말에 나올 것 같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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