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좌파 독립운동가 문제를 이렇게 본다. 독립운동사가 우파 민족주의 진영 위주로만 기록된 건 인정한다. 좌파 공산주의 인사들도 독립운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민족주의 독립운동가들이 김구를 중심으로 상해임시정부와 이승만의 재미한인회 등으로 갈라진 것처럼 공산주의 독립운동가들 역시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해방후 북의 독립운동가 계열만도 연안파, 소련파, 갑산파, 국내파 등 여러가지다.
이런 공산주의자들의 독립운동도 국내외공산주의 운동과 더불어 제대로 기록돼야 하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 예컨대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도 조명돼야 한다. 아울러 1930년대의 전설적 항일운동가 김일성과 보천보 김일성의 동일인 여부도 가려야 한다. 북은 김일성의 항일투쟁 외에는 중국서 투쟁한 김두봉이나 김무정 등은 독립운동사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점도 시정해야 한다.
남에서는 박헌영을 비롯한 공사주의자들의 독립운동 역시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 박헌영은 남로당 당수로서 대한민국 건국을 유혈책동으로 집요하게 방해하였으나 일제 땐 항일운동을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안되는 게 있다. 독립운동사는 좌·우를 불문하고 제대로 기록해야 하지만 서훈은 안된다. 건국을 피로 물들인 박헌영 등이나 전쟁을 일으킨 북녘 사람들을 복권시키는 것은 국기를 위협하는 정체성 도전이다.
다만 청와대가 좌파 독립운동자 서훈에 여운형이나 조봉암 등을 염두에 두는 정도라면 이해한다. 여운형 자신은 좌파이기 보단 중간파였다. 그의 행적은 일제 패망 직전 당시 조선총독으로부터 일인보호 조건으로 치안권을 넘겨받은 과오가 더욱 문제지만 서훈을 더 반대할 이유는 없다. 조봉암은 진보주의자며 초대 농림부 장관이다. 서훈하는 데 이의가 없다. 그러나 좌파 인사의 독립운동사를 정리하고 서훈자를 가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만약 청와대가 이분법적으로만 이를 생각한다면 큰 오류다. 제헌국회에서 만든 반민특위가 새로 득세한 친일파 세력의 테러로 깨진 것도 그렇다. 물론 비통한 일이지만 이렇게 된 배경에는 공산주의자들이 있다. 시대사는 겉만 보고 흥분해선 안된다.
KBS는 북의 ‘적기가’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북의 노랜줄 모르거나 독립운동가인 줄 알고 방송에 내보냈다고 한다. 좌파 인사의 독립운동사 정리나 서훈 또한 이처럼 뭘 모르고 겉무늬만 보고 해서는 차라리 안하는 것 보다 못한 이유가 이에 있다. 시대사를 통찰할 줄 아는 철저히 검증된 학계의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노 대통령의 생각이 이에 못미쳐 혼란과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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