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칭 ‘명동 백작’으로 일컬어진 소설가 이봉구(李鳳九·1916 ~1983)는 경기도 안성 태생이다. 1934년 중앙일보에 단편 ‘출발’을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했으나 1938년 김광균·오장환·서정주 등과 ‘자오선’ 동인으로 시를 썼다.
그러나 다시 소설로 바꾼 이봉구는 광복 후 신문기자 생활을 하며 작품활동을 병행하였는데, 6·25 전쟁 뒤에는 거의 날마다 서울 명동의 ‘은성’이란 술집에서 살았다.
하지만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명동 백작’ ‘명동시장’이라는 애칭은 그의 깨끗하고 단아한 태도 때문에 붙게 됐다.
6·25 전후의 허무와 절망감에 젖은 문인들의 술자리에서 이봉구는 첫째, 술자리에서 정치 얘기를 꺼내지 말 것. 둘째, 술자리에서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험담을 하지 말 것. 셋째, 술자리에서 돈 꿔 달라는 말을 하지 말 것 등 세 가지 철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했다.
그는 생전에 다섯 권의 창작집을 냈는데 그 가운데 세 권이 ‘명동 20년’ ‘명동’ ‘명동, 비 내리다’이다.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명동 백작’은 수유리 집에서 투병생활을 하다 1983년 1월 29일 이른 11시 예순 일곱의 나이로 삶을 마쳤다. 그날 명동에는 비가 내렸다.
교육방송국 EBS가 9월부터 24부 작 드라마 ‘명동 백작’을 통해 이봉구·김수영·박인환·김광주·이진섭· 김광균·이중섭·오상순·전혜린 등이 등장하는 1950년대 우리 사회를 그리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
안성 출신 문인들은 꽤 많다. 작고한 박두진·조병화·최태호·임홍재, 그리고 현재 활동 중인 공석하·유병규·윤현조·김경제·정진규·한광구·김유신 안성예총 회장 등이 안성 토박이 문인들이다.
‘명동 백작’ 방영을 계기로 안성에서 이봉구 선생의 삶과 문학이 재조명됐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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