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風 磬 소 리-진순분

깊은 산사 허공 중에 물결치는 청동 물고기

바람이 불어 올 때 마다 스님의 푸른 죽비를 맞듯 다소곳 가부좌를 하여도 흔들리는 마음, 흔들리는 생각.

새파랗게 물 고인 하늘을 바라볼라치면 내 눈은 실눈이 떠지지 않고 점점 커지기만 하는데 자꾸만 몸마저 흔들리면 어쩌라고 정녕 어쩌라고.

키 낮은 바람도 큰 숲을 가만 가만 흔들며 다가와 속삭이는데 오로지 나는 혼자 다라니경을 외울 뿐, 이 적막을 지킬 뿐, 먼 데 세상이 야호 야호 산울림 소식이 울려와도 나는 부처님의 사랑을 한 몸으로 받으며 연꽃 송이도 저만큼 두고 보는데, 참으로 이상하네.

왜 나는 끝내 몸까지도 자꾸 흔들리어 기어코 내 울음 내가 들어야 하는 지.

마음에 절 한 채 짓고 뎅그렁 풍경이 운다.

<시인 약력> 경기도 수원 출생 / 경인일보 신춘문예(시조, 1990)· ‘문학예술’ 신인상(시, 1991)· ‘한국시조’(시조, 1993) 신인상 당선 / 경기문학인상 수상(2001 / 시조집 <안개꽃 은유> /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경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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