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마약은 일본, 한국, 중국 등지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다. 특히 일본에서 소비되는 마약류 중 ‘최음제(메탐폐타민)’의 40% 가량이 북한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지난 3년간 총 3천300㎏의 최음제가 입수됐는데 이 중 34% 정도가 북한산이었다. 2001년 일본 해상보안청의 추격을 받고 침몰한 선박은 필로폰 150㎏을 싣고 일본으로 향하던 북한의 마약 운반선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북한은 또 1970년대 중반부터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를 국가정책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의회조사국(CRS)보고서는 북한이 지난 1~2년간 마약수출로 연간 5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총수출액인 7억달러(2000년기준)의 70%에 이르는 수준으로 북한이 거대한 마약거래범죄집단이라는 사실을 드러낸 셈이다. 1976년 이후 북한이 관여하다 드러난 마약밀매사건은 최소 50여건에 이르며 여기에는 북한 외교관들이 관련돼 있었다. 사건은 세계 20여개 국가에 걸쳐 발생했다. 최근 드러난 사건으로는 작년 4월 북한소속 봉수호가 1억1천600만 달러 상당의 헤로인 125㎏을 호주에 선적하려다 호주당국에 의해 적발된 바 있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직속 기관인 ‘39호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마약거래를 통한 외화벌이를 책임진다. 39호실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는 해외 외교적 업무를 위한 경비, 정보관리, 군사장비 구입,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경비 등으로 사용된다.
주목할 것은 미국정부가 북한의 마약밀매문제를 거론할 때 북한의 ‘국가적차원(State Sponsor)의 정책’이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삼가고 있는 점이다. 마약문제가 북한의 정권차원의 문제가 될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가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데다 핵문제 등 더욱 심각한 문제에 대처할 여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경제적 수익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김정일의 배짱이 대단(?)하기는 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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