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襄之仁’

북방한계선(NLL)은 최전방이다. 이런 NLL에 북의 군 함정이 침범하면 왜 내려왔는 가를 파악해 대처하라는 합동참모본부의 예규 변경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북 함정이 NLL 무력화 의도가 없는 경우엔 시간을 갖고 신중히 대처하라는 것이다. 전방 일선의 아군 해역에 적이 나타났으면 경고사격 등 작전으로 퇴치할 일이지 함대 장병이 무슨 수로 어느 경황에 의도를 탐지하란 건지 알 수가 없다. 예규는 무력화 의도가 없는 경우를 북의 민간선박 구조 등으로 밝히긴 했으나 이런 것은 육안으로 확인되면 말 안해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징후가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상호교신에도 응답이 없는 NLL 침범을 합참 말대로 신중히 대처하기로 하면 도대체 아군은 어떻게 하란 건지 알쏭달쏭한 데 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고사(故事)로 이런 게 있다. 지금의 하남성에 있는 홍수(泓水)를 가운데 두고 송나라와 초나라 군사가 대치했다. 이윽고 야음을 틈타 초나라 군사가 물속을 건너오는 걸 보고 송나라 진영은 양공(襄公)에게 총공격 명령을 내려달라고 했으나 양공은 고개를 저었다.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해 공격하는 것은 군자로서 해선 안되는 비겁한 행위”라는 것이다.

가까스로 송나라 육지에 오른 초나라 군사가 전열을 챙기느라고 어수선한 사이에 다시 총공격 명령을 재촉했으나 양공은 “싸움이란 무릇 똑같은 조건에서 해야 떳떳하다”며 역시 거부했다. 마침내 전열을 갖춘 초나라 군사에게 송나라 군사는 대패하고 말았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은 쓸모없는 값싼 인정으로 화를 자초한 이같은 어리석음을 빗대어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고 전한다.

합참의 새 예규가 ‘송양지인’인 지 뭔진 잘 모르겠으나 북의 함정이 NLL을 침범해도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는 것 같아 답답하다. 조준사격은 고사하고 경고사격도 억제하니 잘못 쐈다가는 또 혼쭐 날까봐 교신에 응답이 없어도 전방의 장병들은 자칫하면 팔짱만 껴야 할 판이다. NLL을 저쪽보다 이쪽이 앞서 무력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갖게한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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