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山河도

북녘 산야엔 다락밭이 많다. 농경지 확장을 위해 웬만한 산 등성이는 손 바닥만한 밭을 층층으로 일궜다.

이리하여 산 사태가 잦은 것으로는 알았으나 대기 오염이 심각한 줄은 미처 몰랐다. 평양시 평천구역의 먼지 오염도가 ㎥당 265㎍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의 84㎍에 비해 무려 3배다. 대동강 물의 대장균 무리는 ℓ당 9만6천800여마리로 북 자체 기준치 ℓ당 1만마리의 약 10배다. 지류인 휴암천은 319만5천여마리, 보통강은 27만여마리다. 보도에 따르면 유엔환경계획(UNEP)이 북의 환경조정위원회와 공동으로 작성한 1999년의 환경오염 실태가 이러하다는 것이다. 북쪽 당국이 실태를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지만 5년전 실정이 이렇다면 지금쯤은 아마 더 할 것이다. 시가지에 자동차도 많지 않은 평양의 대기오염이 이처럼 심한 것은 에너지 부족을 석탄 위주로 대량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석탄에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등이 대기오염의 주범인 것이다.

대동강 수질이 나쁜 것은 생활오수를 수용하는 하수처리장 부족 때문이다. 여기에 대동강 인근 공장에서 쏟아내는 폐수가 하루에 또 3만㎥에 이른다고 한다. 이만이 아니다. 압록강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6.32ppm으로 북쪽 기준치로도 2배 이상이다. 압록강이 이러면 두만강인들 성할 리가 없다. 옛 노래에 나오는 ‘두만강 푸른 물에…’라는 것도 옛날 얘기가 돼버린 것 같다. 하긴, 금강산도 곳곳의 기암절경이 상처를 입는 등 자연환경이 적잖게 훼손된 것으로 안다.

남쪽이라고 사정이 썩 좋은 건 아니지만 비교적 청정의 대지로 알았던 북녘 땅이 더욱 심히 망가져 가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남북을 망라한 산하가 온통 병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파괴되면 회생이 어려운 자연환경을 당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후대에 무슨 소릴 들을 건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자연환경은 부존자원이다. 남북간의 생태계를 포함한 자연환경 교류 같은 것을 검토할 만도 하다. 한데, 이런 건 잘 될성싶지 않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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