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삶/파주 다솔복지원 류인남 목사 부부

“금쪽같은 장애아들과 희망 가꾸며 살아요”

장대비가 쏟아지는 11일 오후 파주 기산저수지 옆 2층짜리 조그만 건물에서 다운증후군, 정신지체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원생 2명이 한쪽이 하얀 박스 접는 일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있다. 바로 옆 부엌에서는 가족들의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손 놀림이 분주한 모습이다. 이곳이 3년전 인천 서구 가정동에서 쫓기다시피 이곳으로 둥지를 옮긴 류인남 목사(55) 부부가 마련한 다솔복지원이다. 지금으로부터 18년전 봉사활동을 위해 합창단을 이끌고 한 장애인 시설을 방문했던 경험이 인연으로 맺어져 지금까지 장애인들과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살고 있는 류 목사 부부의 작은 보금자리이다.

그러나 정신지체, 자폐증, 중증 장애인 등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은 한 곳에 오랜 시간 이들 부부와 장애우들이 머무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벌써 이사 횟수만 여섯 번이다.

류 목사는 “이 곳도 서울의 한 교회에서 무상으로 임대해준 장소”라며 “법인 시설화 기한인 내년 7월 이후가 또 걱정”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처음 장애우들과 활동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류 목사는 대학 시절 작곡, 부인 이영란씨(50)는 피아노 전공을 되살려 음악학원을 운영하거나 대학 입시생 과외를 통해 복지원을 운영할 수 있었다.

류 목사는 “당시에는 30대 중반이어서 여기저기 강의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갈 수록 쉽지 않다”면서도 “그래도 음악을 가르친 경험을 살려, 다른 곳에 손 벌리지 않고 직접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복지원이 파주, 고양, 양주의 접경지역에 위치한데다가 산 속에 있어 하루에 5번 오는 버스 외에는 대중교통 수단이 전혀 없는 점도 류 목사를 힘들게 하고 있다.

“다른 복지시설과 달리 복지원은 자원봉사자들이 한 명도 없다”며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가 힘들다”고 류 목사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탓인지 행정기관의 지원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었어 올해 겨울나기가 류 목사의 요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평생 신앙 생활과 함께 음악을 즐겨왔던 탓인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류 목사의 얼굴 표정을 밝아보인다.

지난 18년 동안 다솔 복지원을 거쳐 간 장애우들은 모두 700여명. 처음 복지원에 왔을 대 정신지체아, 장애인, 자폐증 환자들이었던 장애우들이 사회에 나가 취업하고 가족을 만들고 사업체까지 운영하는 등 정상인과 다름없는 삶을 사는 모습이 류 목사의 자랑이다.

류 목사는 “아직 도움이 필요하지만 자립해 사회로 나가 생활하는 장애우들도 10여명이 있다”고 살짝 귀띔했다.

3년전부터 앓던 척추협착증이 교통사고로 급격히 악화돼 지난달 수술까지 받은 류 목사의 요즘 낙(樂)은 황우진씨(30)를 보는 것.

류 목사가 인천 가정동에서 활동하던 10년전 가족들의 팔에 이끌려 복지원으로 오게된 황씨는 선천성심장판막증으로 이미 의사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복지원에서 생활하면서 기적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병세가 호전돼 이제는 쉽게 뛰어다니기까지 한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던 황씨가 언제부터인지 말을 듣고 틀린 발음이지만 조금씩 말도 하게됐다.

류 목사는 “의사 진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살아있지 않느냐”며 “우리 윤진이 보는 재미에 살고 있다”며 싱그런 웃음을 짓기도 했다.

누가 보아도 남부럽지 않을만큼 단란하고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류 목사 부부는 남들은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길을 선택했다.

어린시절 집 주변에 살던 거지들을 데려와 씻기고 먹이고 입히는 일을 반복했던 어머니를 보며 항상 두번째 꿈이 ‘고아원 원장’이었다는 류 목사는 “첫째 꿈인 목사가 됐고 고아원 원장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며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누가 보아도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던 만큼 자신을 따라 평생을 힘들게 살아온 부인 이씨와 자식들에게 항상 미안하다는 류 목사에게 부인은 “평소 하는 행동보면 하나도 안 미안한 것 같다”면서도 지금껏 류 목사의 든든한 동반자로 남아있다.

/최종복·김동식기자 dosikim@kgib.co.kr

■“이웃과 사랑을 나누세요”

‘파주 다솔 복지원’을 비롯해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싶은 분은 ‘사단법인 정다우리’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사단법인 정다우리’는 도내 미신고 복지시설과 외국인 노동자 자녀, 비법정 불우이웃 등을 투명하게 지원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사회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순수 사회복지기관입니다.

불우 이웃들에게 후원금이나 후원물품, 자원봉사 등의 여러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다.

구체적 도와주실 방법을 알고 싶으시면 ‘사단법인 정다우리’(031-392-3658~9)를 통해 안내받으십시오. 우리 이웃과 사랑을 나눠보십시오.

◇예금주:(사) 정다우리

농 협:132-01-325721

국민은행:264-01-0091-693

한빛은행:074-645800-02-001

기업은행:117-077601-01-010

지로번호:6992976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