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의 강변은 호안공사를 하지 않으면 홍수 등으로 땅이 잠식된다. 그러나 바다의 해안은 호안공사를 하지 않아도 해일 등으로 땅이 잠식되는 일이 없다. 바닷가가 바닷물에 잠식되기로 하면 정말 큰 일인데도 다행히 자연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오고 있지만 한편 이상하게 생각하면 기이한 현상이다. 더러 지질학자들에게 의문의 해답을 구했으나 별 신통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나름대로 해안은 어떤 활성화작용이라 할 수 있는 ‘해안생명설’같은 걸 상상해 보았다.
사구란 게 있다. 해안사구는 풍랑과 바람으로 모래를 몰아쳐 올려 풍향(風向)에 직각으로 이루어진 모래언덕, 즉 구릉이다. 형상에 따라 횡사구· 종사구·마제형사구 등으로 구별된다. 태풍과 해일 등으로부터 육지를 보호하는 게 사구의 역할이다. 해안지대 보호에 일조의 역할을 하는 사구가 망가져 가고 있는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국립환경연구원이 전북 부안 장신사구·경북 울진 후정사구·포항 곡강사구·강원 양양 동호사구·충남 태안 원청사구·보령 소황사구 등 여섯 군데를 조사한 결과 충남의 두 사구를 제외하고는 네 군데가 크게 훼손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간척사업으로 침식되고 주변 공장의 오물 배수구로 이용되거나 경작지 또는 관광지로 둔갑되어 원형을 잃을만큼 보존상태가 엉망이라는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오는 2007년까지 모든 해안사구에 대한 조사를 마쳐 보전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한다.
자연환경은 존재에 의미가 없는 게 단 한가지도 없다. 돌멩이 하나, 풀뿌리 한 포기 일 지라도 생성된 그 존재가치가 다 있다. 하물며 높이가 수 미터에 길이가 수 십미터나 되는 해안사구는 더 말할 게 없다. 해안이 수 억년에도 한치의 변함이 없는 건 물론 해안사구의 힘만은 아니다. 하지만 해안사구가 무너지면 인근 바닷가 내륙도 결국은 무너진다.
전국의 해안사구는 133개가 있다. 이 가운데 규모가 큰 해안사구가 22개다. 경기·인천지역의 해안사구는 보존상태가 어떤지 무척 궁금하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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