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보다 골프장

민원사무의 간소화는 오랜 현안이다. 현안인 데도 잘 안 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로 기업 창업이나 공장 신축을 들 수 있다. 민원인이 찾아가도 반겨주지 않는 유관기관이 많고 중복된 첨부서류도 많고 도장 받는 곳도 많다. 시일을 마냥 빼앗기며 여기 저기를 헤매다 보면 그만 지쳐버릴 정도다. 말로는 기업하기 좋은 행정환경을 만든다고 한다. 늘 말 뿐, 기업하기 어려운 행정환경은 조금도 다름이 없다. 창업 민원인을 칙사대접 하는 나라도 있다는 데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푸대접이다.

골프장 건설이 쉬워진다고 한다. 내년부턴 골프장 면적 제한이 폐지되고 교통영향평가도 축소되고 구비서류도 대폭 간소화한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가 세운 ‘골프장 건설규제개선방안’이란 것이 이런 골자로 돼 있다. 절차 간편의 예를 들면 도시관리계획수립 단계에서의 시·군의회 의견청취제를 없앤다는 것이다.

만약 이 방안이 확정되면 웬만한 야산은 깎이고 헐려 온통 골프장으로 뒤덮일 것 같다. 환경영향평가를 줄이고 지방의회 권한을 무시해가며 만든 이른바 ‘골프장 건설규제개선방안’의 명분이 또한 가관이다. 주5일 근무제에 따른 레저수요 흡수 등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정신나간 소리다. 지금이 과연 그처럼 한가한 소릴 할 땐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주인이 배 부르니까 머슴 배 곯는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배 부른 자기네들이 골프에 홀리다 보니 배 곯는 민중도 골프에 미친줄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정부는 해외골프관광을 또 말하지만 해외골프관광의 외화 유출 방지엔 다른 대책강구가 가능하다. 하필이면 모처럼 만든 규제개선이란 게 기업 규제 완화가 아닌 골프장 규제 완화인 것은 본말이 뒤바뀌었다고 보아 유감이다.

레저도 좋고 노는 것도 좋지만 성장이 우선이다. 벌어들이는 것보다 씀씀이가 더 헤퍼서는 성장이 있을 수 없다.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 간곡히 당부한다. ‘골프장 건설규제개선방안’은 철회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유보하는 게 마땅하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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