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예술가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의 인생은 처절한 드라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음울하면서도 아름다운 목소리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이겨내야만 했던 한 많은 삶이 만나서 만들어진 음색이었다.

1915년 12월 19일 파리에서 출생한 에디트는 떠돌이 곡예사인 아버지와 유랑극단 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거리에서 공연을 하면 어린 에디트는 모자를 들고 군중들에게 돈을 걷었다. 소녀시절 집을 나온 에디트는 18세 때 한 남자를 만나 딸을 낳았으나 두살 때 뇌막염으로 죽었다. 에디트의 재능은 카바레 가수 시절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에디트가 돈과 명예를 얻자 그녀의 주변에는 남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남자들의 이기심을 순수한 사랑으로 착각한 에디트는 심각한 상처를 받았다. 그래도 그녀의 노래만은 유럽대륙을 넘어 전세계를 울렸다.

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1926년 6월25일 오스트리아의 클라텐푸르트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소녀시절 전쟁으로 인한 수 많은 죽음과 자신의 조국이 독일에 합병되는 것을 목격했다. 예민한 감수성의 그녀에게 글쓰기는 이런 부조리를 극복하는 구원이었다. 그러나 당시 우월주의에 빠져있던 남성중심의 평단은 그녀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주변의 남자들은 그녀를 늘씬하고 매력적인 여성으로만 대했다. 그녀는 세상과 전쟁을 선포하 듯 이런 시를 남겼다.

“나는 항상 나다/어떤 것이든 나를 휘게 하려 한다면/차라리 나는 부러지겠다/냉혹한 운명이 닥쳐오거나/또는 인간의 힘이 밀려오면/여기에, 이렇게 나는 있고 이렇게 나는 머무른다/그래서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머무른다/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직 하나다/나는 항상 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들은 어느 집단에서나 소수자였다. 예술도 마찬가지였다. 여성 예술가들은 자기자신은 물론 세상과 싸워야 했다. 특히 남성사회에 맞선 여성예술가들은 한국의 라혜석처럼 불꽃처럼 살았다. 그래서 더욱 위대해 보인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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