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밀알

시신기증은 본인의 유언이나 유가족의 뜻에 따라 아무런 조건과 어떤 보상없이 해부학 교육과 연구를 위하여 죽은 후 몸을 내놓는 일이다. 시신기증은 정상적인 의학교육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훌륭한 의사를 만들고 밝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한다. 기증인의 훌륭한 뜻은 사회를 맑게 하고 그 뜻을 이해한 유가족들은 별세한 이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된다. 또 사회적으로는 묘지를 없애 우리 산을 아름답게 하는 데 기여한다.

시신기증은 단지 교육에 필요한 시신부족을 해결하는 데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의대생들에게 의사로서 필요한 의미를 갖는다. 시신기증은 학문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훌륭한 의사양성에 밑거름이 되어 사람의 건강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는 고귀한 일이다. 시신기증 절차는 우선 생전에 유언을 하면 의과대학에 시신기증 유언인으로 등록된다. 장래에 유언인이 세상을 떠날 때 유가족이 관계기관으로 연락하면 필요한 서류가 발송된다. 그리고 관계기관은 시신을 의과대학으로 이송함으로써 시신기증 절차가 완성된다.

시신기증 서약은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연령에 많은 것에 대한 제한은 없다. 시신기증 의사가 있을 경우 필요한 서류는 본인이 서명 날인한 유언서, 가족동의서, 유언인과 가족 관계를 증명하는 주민등록등본 또는 호적등본, 증명사진 2장이다. 하지만 시신기증을 취소할 경우 언제든지 연락하면 기증서약은 무효가 된다. 한때 ‘휴거’ 소동으로 기독교계에서는 시신기증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기독교신자들이 믿는 ‘부활’은 소위 썩어 없어질 육신의 부활이 아님을 잘 모르는 일부 기독교인들로부터 비롯된 잘못된 현상이었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육신을 의학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바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총체적 사랑의 실천이다. 비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의학교육 중 해부학 실습의 중요성을 간과한 사람이라면 시신기증운동이 얼마나 중요한 사랑의 실천운동인지를 깨달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죽어 없어질 한 육신이 질병으로 숨져 가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진정한 의학교육의 자료가 될 때 성경이 말하는 ‘한알의 밀알이 죽어야’의 진리가 이뤄질 수가 있는 것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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