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獨 道-조동례

나는 가지 않겠다.

사람 많이 다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길을

가지 않겠다

풀 한 포기 없어

물 한 방울 나지 않는 길을

가지 않겠다

물 한 방울 없어

꽃 한 송이 피지 않는 길을

가지 않겠다

사랑아

원망과 분노와 증오와 절망에 짓밟혀

숨막히는 길을 이제는 갈아엎자

부푼 흙에 돋는

질경이, 제비꽃, 달맞이, 명아주, 달개비, 토끼풀

저절로 나는 것 중에 우리 손으로

살려야 할 것과 제거해야 할 것 구분짓지 말자

다만 먹어도 되는 것과 먹으면 안되는 정확한 판단만 있으면 되리라

저절로 나서

저절로 지는

모두가 외로워서

서럽도록 아름다운 그 길이 그립다

<시인 약력> 전남 순천 출생 / ‘문학 21’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 경기시인협회 회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