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슨

1990년대 프로복싱 헤비급 챔피언으로 스포츠 재벌에 올랐던 마이크 타이슨(38)이 파산을 겨우 면한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무하마드 알리 이후의 전성기를 누렸던 타이슨은 ‘핵주먹’으로 불리는 주먹 하나로 2억달러(2천300억원)를 벌어 들였다. 이런 데도 재산은 커녕 4천400만달러의 빚을 진 모양이다. 1천400만달러는 그의 프로모터가 갚고 나머지 3천만달러는 자신이 4년간 나눠 갚는다는 빚청산계획을 최근 뉴욕 파산법원이 받아들여 가까스로 파산선고만은 모면했다는 소식이다.

벌어서 갚는다는 게 결국 링에 다시 오른다는 것이지만 이미 바람 든 차돌처럼 빛바랜 왕년의 ‘핵주먹’이 전성기의 상품가치를 낼 것으로는 보기가 어렵다.

뱅골 호랑이를 애완동물로 길렀을 만큼 호사를 일삼고 잇따른 성폭행 송사 등으로 흥청망청 돈을 물쓰듯이 한 결과가 이런 걸 보면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써라’는 우리나라 전래 속담이 생각난다.

그러고 보면 국내 스포츠 스타들은 돈 관리를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스포츠 재벌까지는 아니어도 스포츠 여러 분야에서 스타플레이어들의 수입이 아주 짭짤하다.

비록 타이슨만큼은 많이 벌진 못해도 평소에 수입관리를 잘하여 은퇴에 대비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불가피한 체력과 기량의 한계에 대한 대비인 것이다. 지난 10일 미 프로축구(MLS) 시즌 마지막 LA 홈경기를 끝으로 은퇴한 축구 스타 홍명보 선수는 거액의 사재로 후배들을 위한 ‘홍명보장학재단’까지 세웠다.

스타플레이어의 명멸이 심한 게 스포츠 세계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있고, 챔피언은 빼앗기 위해 있고, 승부엔 의외성이 있는 것이 스포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부침을 거듭해가며 명멸한다.

어찌 스포츠세계 뿐이겠는가,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권은 유한하다. 이 정권의 권력자들은 이 정권이 물러간 뒤의 자신을 생각하여 자기관리에 많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중엔 자신의 오만을 후회해도 타이슨처럼 이미 때는 늦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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