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어느 형사의 끈기가 살린 생명

“포기하고 싶었지만 한 생명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지난 11일 밤 10시30분께 안산경찰서 형사계 사무실에 전화벨이 여느 때와 달리 시끄럽게 울렸다.

전화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부인이 고잔역 뒤 원룸에서 약을 먹고 죽겠다는 내용의 전화가 왔다”는 40대 중반의 다급한 남자 목소리였다.

그가 확보한 단서는 단원구 고잔역 뒤 원룸. 칠흑같이 어두운 밤 거리에서 이 반장은 막막하기만 했다.

그때 길거리에 붙어 있는 ‘원룸 필요하신 분’이란 광고 문구를 발견한 이 반장은 광고판에 적힌 100여개의 전화번호들을 하나하나 메모하기 시작했다. “최근 원룸에 입주한 30대 후반의 여성을 찾는다”며 끈질기게 전화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시각은 새벽 1시, 천둥에 비까지 쏟아지기 시작하자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힘을 내면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전화기를 들고 여기저기 통화를 시작, 최근 30대 후반 여성이 입주했다는 반가운 소식에 힘이 솟았다.

원룸으로 찾아간 이 반장은 문 앞에서 주부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고 방안에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119구급대원들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 약을 먹고 누워 있는 전화 주인공을 찾아 병원으로 옮겼다. 각박한 시대에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겠다는 이 반장의 다짐이 한 생명을 구했다.

현재 우울증 증세로 자살을 기도했던 주부는 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재원기자 kjw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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