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스트레스

식물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산업용 소재를 생산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효율적인 공장이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화석에너지의 사용이 급격히 늘면서 지구 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식물의 종류와 숲의 면적도 좁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아마 21세기가 가기 전에 인류의 생존의 위협을 받을 것이다.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식물의 스트레스는 크게 병충해와 같은 생물학적 스트레스와 대기오염 물질, 온도변화 등 비생물학적 스트레스로 나뉜다.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물안의 산소가 전자와 반응하면서 과산화수소, 수퍼옥사이드 라디컬(SAR) 등의 ‘활성산소종(ROS·reactive oxygen species)’으로 변한다. 강한 독성을 가진 ROS는 생체의 정상적인 대사과정에서도 소량 만들어지지만 외부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다하게 생성돼 세포막과 단백질을 분해하고 엽록소 파괴, 광합성 억제 같은 치명적 피해를 식물에 남긴다. 사람 역시 스트레스를 받으면 ROS가 몸안에서 생성된다. ROS는 암을 유발하는 가장 유력한 물질 중 하나다.

2002년 말 개봉한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에서 악한 마법사 사루만의 기지를 무력화시킨 것은 나무의 요정 ‘엔트’다. 오래된 숲의 나무를 잘라내 황폐화시키는 오크(Orc·괴물)들의 만행을 보다 못한 나무들이 악한의 소굴을 몸소 때려 부수는 장면은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한다.

식물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많은 방어제를 갖고 있다. 덥다고 에어컨을 틀 수도 없고 보기 싫다고 돌아앉을 수도 없는 식물들은 인간보다 훨씬 큰 스트레스를 온 몸으로 이겨낸다. 뜨거운 태양, 가뭄과 홍수, 한파에다 특히 인간이 날마다 만들어내는 온갖 오염물질 등 식물이 극복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실로 많다. 그러므로 식물은 몸안에서 ROS를 없애는 항산화 물질을 고농도로 만들어 낸다. SAR을 없애주는 수퍼옥사이드 디스뮤타제(SOD) 역시 식물이 만들어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식물의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항산화 물질의 농도는 높아진다. 그러니까 식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야 인류가 편안한 것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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