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사람들

“신행정수도특별법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한다. 헌법 72조(중요정책의 국민투표)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홍재형 정책위의장 등 몇몇 여당 국회의원들 주장이다.

헌재의 위헌결정이 나기 전엔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언론의 촉구에 눈길도 돌아보지 않던 사람들이 지금에 와선 그런 말을 한다. 입장에 따라 바꾸는 말은 가치가 있을 수 없다. 신행정수도특별법은 이제 국민투표의 대상도 못 된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은 죽은 법률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더러 공개토론을 벌이자고 한다. 유시민 김원웅의원 등이 소속된 참여정치연구회 국회의원들이 하는 소리다. 세상에 재판을 두고 재판관 보고 토론을 벌이자는 주장은 살다가 처음 듣는 희한한 소리다. 세계 법조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말도 아닌 말을 명색이 여당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해대는 것은 일종의 협박이다. 노사모 등 친노세력 200여명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재판관 규탄대회란 것을 열었다.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결정땐 극찬을 아끼지 않더니 위헌결정엔 규탄한다고 나섰다. 재판이 마음에 들면 옳고 마음에 안들면 그르다는 주장은 독재다. 자유민주주의에 위배되며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이런 국회의원이나 친노세력들 말대로라면 권력분담 구조는 형식일 뿐 대통령 뜻에 구색맞추는 로봇이 돼야한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니 해야할 것은 따로 있다. 위헌결정으로 신행정수도 대신에 이에 버금가는 ‘제2특별시’다 ‘행정도시’다 하는 것을 추진할 꿍꿍이 속 같은데 이도 법을 만들어야하고 법을 만들면 마땅히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적 의사를 물어야 한다. 청와대 등만 옮기지 않으면 위헌결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속셈으로 사실상의 신행정수도를 추진할 요량인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 또한 법리상 위헌결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기가 심히 어렵다.

민주주의가 수반하는 다원화사회는 패거리 작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법치주의가 잔꾀정치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정치권력형 소용돌이가 심해 사회가 너무 어지럽다. 살기도 어려운데 걱정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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