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의무화 돼 있다. 이런 조사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자료에 의하면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31개 사업에 14조7천475억원을 투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만이 아니다. 경제성 뿐 아니라 정책적 타당성조차 없다는 조사결과에도 강행한 사업이 금액은 미상이나 23개 사업에 이른다. 예를 들면 무안~광양간 고속도로 건설사업(2조2천871억원)이 전자에 속하고 서천~보령 간 국도건설사업(5천746억원)은 후자에 속한다.
예비조사에서 불합격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한 이유가 가관이다. 국토균형개발 때문이라는 것이다. 궤변이다. 세상에 경제성·정책성 가치가 없는 사업이 국토균형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소리는 들어도 처음 듣는 소리다. 이런가 하면 서울~연천간 고속도로 등 16개 사업은 경제성과 정책성이 충분한 것으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결론이 났는데도 정부는 묵살하고 백지화 해 버렸다.
100 수십조원이 드는 신행정수도 이전사업은 이젠 위헌결정이 나긴 했지만 아예 타당성 조사도 않고 사업을 강행하였다. 정부사업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기는 조사결과가 부당한 것으로 판정나도 강행했을 것으로 보면 아예 조사비용을 안 들인 것이 더 나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정부 스스로가 타당성 조사를 어기길 밥먹듯이 하니 민간사업의 각종 조사내용이 부실해도 할 말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정부사업의 타당성 조사 무시는 정치적 고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균형개발이라는 것이 경제성과 타당성을 바탕으로 하는 진짜 국토균형개발이 아니고 지역선심의 정치적 안배인 가짜임이 역력하다. 안 된다는 덴 해주고, 돼야 한다는 덴 안 해준 이유를 정부는 달리 설명할 구실이 있을 수 없다. 정부 예산을 쌈짓돈 쓰듯이 내키는대로 쓰는 것도 개혁인가 보다. 국민의 혈세가 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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