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처음 시작될 적엔 정말 감동의 드라마였다. 이산가족 상봉의 당사자들은 말할 것 없고 이를 중계하는 텔레비전 방송 시청자들도 눈물을 흘리곤 했다. 이젠 자꾸 되풀이하여 보아온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전같진 않다. 물론 상봉하는 이산가족들은 다름이 없겠지만 시청자들은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금강산 같은 북녘에서 만나는 이산가족 상봉은 이쪽 장소에서 만남을 주선하는 것과는 좀 다른 모양이다. 예를 들면 음식이 여기서처럼 푸짐하지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김치가 모자라 더 달라고 해도 그쪽 종사원들은 대답만 할 뿐 정작 김치는 함흥차사라는 것이다.
또 전에 미군 장갑차 사고로 숨진 효순이 미선이 추모시위가 한창이었을 땐 “남쪽에 돌아가면 촛불시위에 나가라”는 뜻밖의 말을 그쪽 가족에게 들었지만, 그게 다 교육받고 하는 말인 것 같더라는 게 씁쓸한 표정의 한 경험자가 들려준 이야기다.
부정기적으로 제한된 인원에 한해 찔끔찔끔 해오던 이산가족 상봉도 이나마 중단된 지가 오래다. 북 핵문제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연유 때문이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원래가 인도적 사업이다. 비정치적 인도주의사업이므로 창구도 남북의 당국간이 아닌 적십자 당사자가 서로 되어야 한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남북 적십자가 만나기는 하지만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더 바람직한 것은 감질나는 이산가족 상봉보다는 상설면회소 설치다. 누구든 신청만 하면 일정한 시일 안에 이산가족을 서로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상설면회소 설치는 오랜 현안인 데도 이젠 말조차 쑥 들어갔다.
이윤구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얼마전에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및 면회소 설치 등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대한적십자사는 정부의 심부름 꾼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지 20여일만에 갑자기 이 총재의 사의 표명설이 나왔다. 말은 건강상의 이유라지만 그 배경은 정부에 대한 비판이 화근이 아니겠느냐는 게 일부의 관측이다.
당연한 말인 데도 괘씸죄로 다스리면 남는 것은 듣기좋은 말만 하는 아첨꾼들 뿐이다. 그나저나 적십자 사업마저 이래서야.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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