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감에서 나온 얘기다. 국정홍보처 처장 및 차장 등이 작년 1월 부터 지난 8월말까지 언론사 기자 및 간부 2천382명(연인원)을 대상으로 431차례에 걸쳐 접대한 1억1천552만원의 지출이 화제가 됐었다. 접대 장소는 특급호텔에서 한정식집, 삼겹살집 등 다양했다. 중앙지·통신사 22개사, 지방지 15개사, 방송사 9개사, 시사월간지 5개사 등 51개 언론사다.
생각 나는게 있다. “신문기자들 만나서 밥사주고 술사주면서 기사 부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초에 했던 말이다. 그러면서 “어쩌다가 술 자리를 하게 되면 소주, 아니면 (소주에다 백세주를 탄)오십세주 정도는 괜찮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국정홍보처의 언론인 접대 사실은 좀 놀라운 일이다. 국정홍보처장·차장이 이른바 ‘정부 주요시책 설명모임’이란 것을 이토록 전문으로 가졌다면 가히 술상무 격이다.
언론인들과의 술자리라 해서 그런 초청케이스의 공식석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살 때도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살 때가 더 기분이 좋다.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신용카드를 긁어서라도 사는 마음이 오히려 더 개운하다. 상대가 정치인이든 공무원이든 일반인이든 간에 별로 교분이 없는 상대일수록이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누가 사든 마음에 부담이 안 가는 상대도 있다.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국정홍보처의 접대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못 받았으면 마치 축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투다. 접대 초청에 응한 언론인들이 추호도 잘못됐다 할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과 자리를 같이해서 얘기를 듣고 판단하는 것도 일종의 일이다.
신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갖는 대화의 상대에는 빈부귀천이 없다. 고관현직이나 귀인들과 만나는 대화도 좋지만 못사는 사람이나 노숙자를 만나 얘길 들어야 할 일도 있다. 대화의 상대를 가리지 않는 신문업이 이래서 매력이 있다. 국정홍보처도 좀 더 폭넓은 민생계층을 만나고자 하는 노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화에 화이트칼라나 블루칼라를 가리지 않는 것이 참다운 홍보의 요체인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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