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중계석/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시각차

헌재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흔들릴 수 없는 우리시대의 과제이다.

지난 40여 년간 우리사회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압축 민주화라고 하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은 제3세계권의 대표적 모범국가 사례였다. 그러나 이러한 고도 성장과 외형적 민주화의 진전은 효율성 중심으로만 작동되어 지역간 큰 격차와 권한의 중앙 집중현상을 초래했다.

지난 10년간 실시된 지방자치제는 특색있는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화를 위해 매우 의미있는 시도였다. 그러나 주요정책 결정권과 집행권의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틀어쥔 상태에서 우리의 지방자치제는 ‘무늬만 지방자치’란 자조를 들어야 했다. 그 결과 지역의 자생적 발전은 늘상 제자리걸음에다, 지역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다. 이러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21세기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전국 각 지역의 고른 발전은 더욱 요원해지게 됐다. 참여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이란 지역 균형발전의 선도사업이 좌절되었다해도 지방분권과 국토의 균형발전 정책이 더욱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그런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기대하고 바라보는 입장에도 시각차가 있는 것 같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방분권의 내용은 대부분이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이란 관-관 권한 분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결정권의 확대는 필수 요건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장에게만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우리 실정에서 행정권한 이양 위주의 분권정책은 자치단체장의 전횡과 부정부패라는 또다른 폐해를 낳을 수 있다. ‘지방자치제’라는 수레는 ‘행정자치’와 ‘주민자치’라는 2개의 바퀴로 굴러간다. 따라서 행정권한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주민자치권의 확대와 주민자치를 위한 제도적 배양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 주민의 입장에서 분권은 역시 남의 떡일 뿐이다. 금번 전국공무원노조의 강경입장 배경에는, 기존 자치단체장의 독선과 일방주의를 더이상 참아내기 어려운 현실적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은 매우 일리있다 하겠다.

또한 분권의 내용 중 자치단체의 개발계획을 견제할 수 있는 환경보전을 위한 견제권의 상위기관 유지는 우리 지방자치 현실에서 아직 필요하다. 이를테면 도시계획 승인권과 개발총량제한, 사전환경성검토 및 환경영향평가 등과 같은 보전적 심의 권한이 전부 기초나 광역자치단체에 위임된다면 이는 통제할 수 없는 환경재앙으로 돌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있어 경기도는 수도 서울과 함께 ‘수도권’으로 묶여 분류되고 동일한 수준의 대우를 받는 것에 반대하고, 차별화해야 한다. 수도 서울은 현재 우리나라 행정의 중심지이자, 금융과 상업, 교육 등 모든 부문의 블랙홀이다. 반면 경기도는 수도 서울의 택지 공급지이고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의 생산지로서 늘 수도 서울을 위한 규제와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당해온 배후지 역할을 주문받았다.

경기도 인구가 서울보다 많아졌다는 것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 그만큼 서울의 베드타운화로 녹지를 훼손하고 대기오염, 교통난, 폐기물량만을 가중시켰다는 방증이다. 경기도의 균형발전 쟁책은 서울 중심의 중앙정부 국토정책을 바로잡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따라서 경기도는 현재 수립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수도권 정책에서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줘야 한다. 특히 경기도 내에서도 경기북부 지역과 외곽지역은 지방의 소외지역보다도 심한 저개발의 상태에서 수도권으로 대변되는 억제정책이 더이상 타당할 수 없다. 경기도의 균형발전 정책은 주체적 자립발전의 기초이자, 경기도민 정체성 회복운동인 셈이다.

/염 태 영 수원환경운동센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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