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 발간

민족문제연구소가 추진해온 ‘친일인명사전 발간 사업’에 정부가 예산 지원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은 ‘눈치보기’ 행정이다. 더구나 친일과거사 청산을 줄기차게 천명해온 참여정부 스스로 이를 회피한 것은 이른바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이 앞 뒤가 맞지 않는다.

공식 이름이 ‘일제하 단체·인물연구 5개년(2002~2006년)사업’인 친일인명사전 발간 지원을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면 애당초 딱 잘라야 했었다. 민족문제연구소측이 국회 청원 등을 통해 예산을 요구해 교육부로부터 국사편찬위원회를 거쳐 2002~2003년도 예산을 민간경상보조금 형태로 각각 2억원씩 지원받은 사실이 있어서다. 연구소측은 이 지원금으로 일제 식민통치기구·협력단체 편람 ‘국내편’과 ‘중국관내·만주편’을 각각 발간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엔 예산지원을 중단해 연구소측이 ‘지방편’ 발간사업을 국민모금운동을 통해 조성된 5억원으로 수행하였다.

연구소측이 올해 국회에 청원한 예산은 2005년 ‘일제하 주요 인물편람집’ 발간에 필요한 5억원과 2006년 ‘일제하 단체·인물 전산화’ 작업에 소요되는 경비이다. 교육부와 행자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은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사업의 중복성’이다. 과거사진상규명법 특별법이 지난 9월 20일 발효하면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별도로 설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진상규명위원회가 일제 협조자나 강제동원 피해조사 등을 통해 연구보고서를 발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컨대 국가보훈처의 공훈록 발간 사업과 독립기념관의 독립운동사전 발간사업이 다르듯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가 하는 사업은 다르다. 특히 사업성격상 계속 사업인 데다 연구 성과도 학계나 국회, 국민 등으로 부터 인정받은 만큼 정부의 지원은 당연하다. 설령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 하여도 연구소측이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중단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지난해 12월 국회 심의과정에서 지원예산이 누락되자 올초 11일 동안 대대적인 국민모금운동을 펼쳐 2만5천여 명으로부터 5억원을 모금한 사례가 있지 않은가. 정부와 국회가 만일 친일인명사전 발간 지원을 중단한다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일이다. 예산 지원을 망설이지 말라.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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