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규제 68가지

보고문서는 간결할 수록이 좋다. 대개는 한 쪽을 넘기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상사들이 많다. 간결하다 하여 뜻이 명료하지 않은 게 아니다. 업무파악이 정확하고 확신이 있으므로 간결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사물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대처방안에 확신이 없는 보고문서일 수록이 장황하다.

보고문서만이 아니다. 모든 문서는 중복을 피해 간결해야 한다. 종이문서든 화상문서든 다 마찬가지다. 민원서류 역시 간결해야 한다. 비슷비슷한 구비서류에 중복되는 도장 투성이의 민원처리는 정보화사회에선 빵점이다. 창업이나 공장 신축서류는 민원업무다. 공장 한 개를 3천300여 평의 농지에 짓는 데 행정절차비가 1억5천만원이 들고 기간은 무려 6개월이나 걸린 것으로 나타난 국감자료가 있었다.

우선 농지를 공장용지로 바꾸는 농지용도변경부담금 성격의 농지조성비가 1억원이 들어간다. 건축허가에 필요한 도로확보비용에 2천만원, 사전환경성검토 대행비용 1천500만원, 기타 절차 대행비용 1천500만원 등이다. 이외에 공장 건축 비용은 따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고도 시일이 반년이나 걸리는 것은 까다로운 규제 때문이다. 제조업같으면 입지 30건, 사업계획승인 21건, 공장건축 및 등록 13건, 부담금 4건 등 68건에 걸친 규제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이도 서류가 잘못됐다며 반려되어 다시 준비하곤 하다 보면 정말 울화통이 치밀 일이다.

중국에서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 공무원이 현장까지 나와 민원업무를 일사천리로 처리해 주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마 공장 하나 짓는데 이토록 까다롭고 번거로운 절차는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없을 것이다. 이런 건 기네스 북에 안 오르는 지 모르겠다. 민원업무를 간소화했다는 것이 이 모양이다. 이도 비수도권에서 이러하다. 수도권은 더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이 정부는 ‘기업이 나라’라고 하고 ‘기업하기가 좋도록 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말 뿐이다. 기업활동을 옥죄면서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빈말이다. 말만 번드레한 이 정권의 말은 이제 식상이 들 판이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문서는 어떤지 궁금하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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