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아기

고대 스파르타는 강건한 전사(戰士) 양성을 위해 남자가 일곱살이 되면 가정을 떠나 공육소(公育所)에 입소시켜 강도 높은 체력단련과 군사교육을 받게했다. 갓 낳아서는 언덕에서 굴려 살아남는 사내 아이만 키웠다고도 전한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는 차세대의 우생학적 국민 양성을 위해 건장한 남녀의 결합으로 건장한 2세를 낳도록 하는 시도가 있었다.

유전병 제거를 위한 맞춤아기 생산이 스파르타나 히틀러 방법과 꼭 비유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맞춤형 인간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점에선 공통점을 갖는다.

영국의 임신배아위원회(HEFA)가 부모의 유전병이 유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택 출산을 한다는 뉴사이언티스트의 보도가 있었다. 이에 의하면 이번엔 결장암 유전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이밖의 질병도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부모의 체외수정을 통해 형성된 배아에 암 유전자가 있는 지를 미리 진단해 안전한 배아를 산모의 자궁에 착상시킨다는 것이다. 또 모계로 만성뇌질환 등 50여가지 유전병을 발생시킬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결함이 아내에게 있으면 건강한 여성의 핵을 아내에게 이식해 남편의 정자와 인공수정하는 방법을 실험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유전병만이 아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저렇게 생긴 아이의 출산 선택도 가능하고 남자아이 여자아이도 가려서 낳을 수가 있게 될 공산이 높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아무리 건강해도 인간의 수명은 한정됐다. 유전병 인자를 미리 차단하는 것도 좋지만 인간을 양복이나 구두처럼 맞춰 생산한다는 것은 더 큰 재앙을 가져온다. 이 보다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가 훨씬 더 인간의 면모라는 생각을 갖는다.

영국 HEFA의 실험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싶지 않은 것은 스파르타나 히틀러 방식이 오히려 사람답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과학문명의 발달이 인간을 비인간화하고 인성을 척박하게 만든다. 과학문명의 오만에 끝이 보이지 않는 건 불행한 현상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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