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육

우리 중·고교생들이 국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3명 중 1명이 한민족의 첫 국가는 고구려로 꼽고, 4명 중 1명은 ‘한국이 사용한 문자는 한자(漢字)’이고 한국의 종교는 불교로 잘못 알고 있다. 한민족의 첫 단일국가는 고조선이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후 한자와 한글을 병용해온 ‘사실(史實)’과 아주 거리가 먼 인식이다.

고구려·발해사에 대한 이해도도 극히 낮다. 9세기에 대대적으로 영토를 확장해 ‘해동성국’으로 불린 발해를 ‘당나라의 속국’으로 알고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중국의 주장에 대해 ‘잘 모른다’거나 ‘확실치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올해 국정감사 때 유기홍 의원이 전국 고교생 1천100명과 재일교포 고교생 22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생각할수록 착잡하다.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가했다’, ‘한국 일본 사이 영해의 정확한 영어지명은 Sea of Japan이다’라는 문항에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맞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국사 수업시간이 적당한가?’라는 질문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54.2%로 절반을 넘었다. 또 ‘역사 지식이 부족한 이유’를 상당수가 ‘학교 수업에서 중요하게 배우지 않아서’라거나 ‘교과서 내용이 부실해서’라고 답했다.

알고 보니, 중학교는 1학년에 국사가 아예없고, 2학년 1시간, 3학년 2시간 뿐이다. 고등학교는 1학년 때까진 국사가 있지만 자연계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역사를 전혀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이런 여건에서 학생들이 제대로 된 역사의식과 지식을 갖는 것도 사실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사회 또는 과학교사 가운데 3과목 이상을 가르치는 교사가 1천명이 넘는다니 한심하다. 일부에서는 과학교사가 본인의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음악이나 역사·체육·미술·윤리·영어·수학 등을 가르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니 할 말을 잊게 한다. 교사가 전공과 무관한 과목을 가르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은 뻔한 이치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이지만 적어도 국사만은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이러다간 조국이름도, 수도이름도 모를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러워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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